비슬산 투어버스 요금 대인 4,000원 / 소인 2,000원 (편도요금, 소요시간 20분 내외)
현재 반딧불이 전기차 안전점검으로 운행 중단
매주 화요일 휴무
비슬산 천왕봉 가을 답사
달성의 명산 비슬산은 진달래가 피는 4월, 상춘객으로 북적이는 전국구 산이지만 가을에 와도 좋은 곳이다. 특히 비슬산 정상 천왕봉은 봄날의 진달래 대신 억새가 주인공이 된다. 물론 억새의 규모가 간월재 같은 억새 명소만큼 광활하지는 않지만 가을을 만끽하는 수준은 된다. 또한 비슬산 천왕봉의 사방 막힘없는 조망은 어떤 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멋지다.
비슬산에 올라가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등산을 위한 것이라면 유가사 혹은 비슬산자연휴양림 쪽에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유가사에서는 천왕봉, 휴양림에서는 참꽃군락지 혹은 대견사와 더 가깝다. 하지만 몸에 무리를 가하지 않고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으로 비슬산 투어버스를 타고 대견사까지 간 다음에 천왕봉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비슬산 투어버스 타고 대견사까지 가기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로 가면 전기차 혹은 투어버스 매표소와 승강장이 있다. 가격은 편도 4,000원이고 왕복 티켓을 한꺼번에 끊을 수는 없다. 내려오는 버스를 타려면 하행선 매표소에서 표를 다시 사야 한다. 현재 전기차는 안전 점검으로 운행하지 않고 투어버스만 운행되고 있으며 버스 시간은 상행 09시 20분, 하행 10시부터 40분 간격으로 있다. 그리고 막차는 상행, 하행 각각 16시 20분, 17시 30분이다.
이날 거쳐간 주요 지점은 대견사, 참꽃군락지, 조화봉, 천왕봉, 대견봉이며 대견사에서 조화봉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지만 천왕봉까지는 거리가 약 3km 정도 된다. 하지만 심한 오르막 구간이 없기 때문에 거리 대비하여 많이 힘들지는 않다. 물론 조화봉, 대견봉도 이동 경로에 포함시킨다면 총 10km 정도 되기 때문에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다.
10시 차를 타고 갔는데 올라갈 때는 만석이 아니었으나 내려올 때는 만석이었다. 올라가는 데는 약 15~20분 정도 걸리고, 가는 동안 천연기념물인 암괴류가 잠깐씩 스쳐 지나간다. 비슬산 암괴류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휴양림에서 등산로로 올라가야 한다.
하차장은 대견사에서 약 40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내리자마자 테크로폴리스와 지리산 쪽 조망이 터진다. 역시나 비슬산은 조망 특화 산인 게 어디를 가든지 조망이 터지고 그 끝판은 천왕봉이다.
대견사와 조화봉 강우레이더관측소
진달래 평원 다음으로 유명한 비슬산의 특징은 1만년 전 빙하기의 흔적인 암괴류이다. 비슬산의 빙하기 흔적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천연기념물이자 돌강이라고 부르는 암괴류와 에추, 그리고 토르이다. 돌강은 돌의 형태가 매끈하고 각이 지지 않았으며 강의 길이가 길다. 반면 에추는 돌이 각졌고 계곡이 급경사여서 길이가 돌강보다 짧다. 따라서 돌강과 에추, 두 지형 간의 구분은 쉽게 가능하다. 조화봉 가는 길 중간에 기묘하게 생긴 톱바위가 있으니 에추를 대표하는 좋은 예라 하겠다. 그리고 대견사를 중심으로 마치 돌려깍기한 것 같은 큰 바위들이 지면 위로 솟아 있는데 이를 토르라고 한다.
대견사의 시그니처는 뭐라 해도 대견사지 삼층석탑이다. 원래 이 자리에 대견사는 없었다. 대견사는 100년이 넘게 삼층석탑 뿐인 폐사지로 남아 있다가 2013년에 새로 복원되었다.
낭떠러지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대견사지 삼층석탑은 언제 봐도 멋스럽다. 삼층석탑을 떠받치고 있는 바위 역시 토르이다. 대견사 주변에 분포하는 여러 바위들에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절 바로 앞에 부처바위라는 게 있다. 아무리 자세히 봐도 부처를 닮지는 않았는데, 부처보다는 차라리 박규바위에 가깝다 ㅋㅋ.
그런데 솔직히 대견사지는 건물 없이 삼층석탑만 남아있는 게 더 멋지다. 돈을 들여 굳이 복원시켰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싶다. 남아있는 것을 복구시키는 것과 이미 사라진 것을 다시 만드는 건 차이가 크다.
대견사 뒤쪽 바위 사이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면 참꽃 군락지이다. 4월, 진달래가 화려하게 물들인 모습만 봐오다가 잎사귀마저 떨어지는 10월의 참꽃 군락지를 보니 오히려 느낌이 새롭다.
천왕봉과 월광봉, 조화봉, 대견봉을 기준으로 움푹 패인 모양을 한 비슬산 진달래 평원의 지형은 상당히 특이하다. 사면이 아닌 그 넓은 평원에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건 확실히 다른 곳과 차별성을 띄는 부분이다.
이때가 10월 18일인데 비슬산 산정 부분은 벌써 단풍이 들어가고 있었다. 천왕봉 반대쪽 강우레이더관측소가 보이는 봉우리가 조화봉이다. 조화봉에서 봤을 때 대견봉과 월광봉 능선에서 내려오는 경사면에 단풍이 가장 먼저 들고 있었다.
조화봉 정상의 강우레이더관측소 6층에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고 고배율 망원경이 비치되어 있다. 유리로 막혀 있어 사진을 찍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비슬산 사방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가까운 최정산부터 팔공산, 창녕, 가야산까지 모두 조망되고 망원경으로 보면 팔공산 하늘정원도 자세히 보인다.
조화봉에서 천왕봉으로
조화봉에서 천왕봉까지는 이날의 여정 중 가장 긴 구간이다. 등산로는 진달래 평원에서 능선을 타고 월광봉을 지나 천왕봉으로 이어진다. 월광봉은 굳이 꼭대기를 찍지 않아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월광봉까지 진달래 터널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게 4월 꽃이 피는 시기에 걸어보면 너무 예쁘다. 지금은 진달래 잎사귀들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누렇게 변한 진달래 평원을 멀리서 보니, 아니 무슨 세렝게티 초원같이 느껴진다. 등산로는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다가 천왕봉에 가까워질수록 암석이 많아진다. 오르막 구간은 월광봉 근처에서 한 번, 천왕봉 앞에서 한 번 있지만 경사도가 그리 크지는 않다. 다만 3km, 왕복 6km라는 거리가 걸어보면 결코 가깝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천왕봉에 가까워질 수록 억새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억새는 꽃이 작고 색깔이 누런 걸 봐서 아직 만개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뒤로 돌아보면 조화봉이 저만치 멀어져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맑았던 하늘에 스모그가 끼기 시작해 점점 전방 시야가 안 좋아진다.
정상 앞 헬기장과 두 채의 정자 주위로 억새가 뒤덮고 있다. 은빛 억새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절벽 아래 테크노폴리스가 내려다보이고 주변 공장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날씨는 맑지만 확실히 대기는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뿌예졌다.
천왕봉 정상석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억새를 헤치고 가야 한다. 봄에 올 때는 몰랐는데 지금 와보니 억새가 길을 많이 뒤덮고 있었다.
억새 뒤로 천왕봉 정상석이 보이기 시작하고 정상석 위에 까마귀가 날았다 앉았다를 반복한다. 아니 그런데 산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까마귀가 이렇게 멋져 보이기는 처음이다.
도성암을 경유하여 유가사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데 이쪽으로 가다보면 용연사로 빠지는 길과 갈라진다. 그리고 청룡산을 거쳐 앞산과도 이어지는데 이것이 비슬산-앞산 종주 코스이다.
비슬산 천왕봉에서는 정상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며 사방에 존재하는 주요 산들이 모두 조망된다. 다만 해가 중천에 떠 있는 관계로 창녕과 영남알프스 쪽은 잘 보이지 않았다.
대구 분지 쪽을 바라보면 청룡산과 앞산, 그리고 그 너머에 팔공산이 차례로 솟아있고, 병풍처럼 좌우로 길게 펼친 팔공산이 대구 전체를 감싸 안은 듯하다. 팔공산 오른쪽 너머에는 보현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청룡산 오른쪽으로는 최정산과 주암산이 이어진다.
팔공산에서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니 스모그를 뚫고 금오산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다. 금오산 주위에는 구미 공단이 있어서 스모그가 짙다. 그래서 금오산 외에 유학산, 영암산, 선석산, 비룡산 등의 주변 산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금오산에서 좌측으로 눈에 띄게 뾰죽한 산이 보이는데 가야산이다. 가야산은 가까워서 그런지 비교적 기암절벽까지 잘 보인다. 가야산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건 아마도 덕유산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지리산까지 조망되니 그야말로 경상남북도 명산들이 모두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스모그 없는 맑은 하늘에서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달성군 옥포 방면으로 옥연지와 송해공원의 풍차까지 보이고 그 뒤로 낙동강과 고령군 다산면, 사문진교, 달성습지까지 무리 없이 조망된다.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조화봉과 대견봉, 관기봉 너머로 화왕산이 살짝 보인다.
억새는 천왕봉 암석 주위를 모두 뒤덮고 있고 경사면 아래로는 단풍이 많이 들었다. 유가사 아래로는 아직 단풍이 거의 들지 않았다. 천왕봉 아래쪽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기암이 하나 있는데 유가사로 가는 최단 코스가 그쪽으로 나 있다. 짧고 굵은 거 좋아하는 분은 한 번 도전해 볼만하다.
마지막 코스 대견봉
천왕봉의 전체 모양이 가장 멋지게 담기는 구간은 대견사지 기점에서 대견봉으로 가는 중간 지점이다. 특히 진달래 개화 시기에 보면 비슬산의 독특한 산정 지형을 최대로 느끼게 해 준다.
대견봉의 조망 역시 좋다. 대견봉에서는 대견사와 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사이에 볼록 튀어나온 토르들이 특히 멋지다. 그리고 조화봉에서 휴양림 쪽으로 흘러내리는 암괴류를 관찰하기도 좋다.
대견봉에서 휴양림으로 바로 내려가고 싶다면 정상석 아래로 놓인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이날 장장 10km를 넘게 이동하다 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내려갈 때는 버스가 만차였고 통로 의자가 트랜스포머하며 만석이 되는 모습에 약간의 충격을 먹었다. 정원을 넘기는 건 아니고 단지 버스 내부가 의자로 가득 찬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하도 덜컹거려서 찍지 못한 게 아쉽다.
비슬산 자연휴양림 인근 카페 슬로우스톤
휴양림에서 테크노폴리스로 빠지는 길에 슬로우스톤이라는 괜찮은 카페가 하나 있다. 도심 외곽 카페라서 건물이 크고 야외 테이블 있고 주차장 완비되어 있다. 요즘같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에 밖에 앉기 좋다.
내부 인테리어야 요즘 카페들이 다 그렇겠지만 깔끔 그 자체다. 조명은 미드톤이고, 내벽이 정신병원 생각나는 하얀색으로 도배 안 되어 다행이다. 1층 홀은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 않고 공간이 나뉘어 있기도 하다. 2층도 있는 것 같았는데 올라가 보지 못했다. 건물과 조경이 나름 감각적으로 설계되었다.
주문한 건 아메리카노와 몽블랑, 몽블랑이 크기도 적당하고 잘 만들었더라. 커피는 약간 스타벅스 스타일의 평범한 맛이다. 뭐 아메리카노가 몇 군데 빼고 다 비슷하기는 하다.
저녁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서 정원 분위기가 참 좋다. 테이블과 의자는 야외 정원 특성상 물 빠지는 구조라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카페 옆으로 휴양림 쪽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흐른다. 위에 농가가 자리하고 있어 물놀이할 만큼 되는지는 모르겠다. 건물 뒤로 돌아가면 비슬산과 계곡이 더 잘 보이고 뒤에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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