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둔산동 옻골마을은 옻나무가 많은 곳이라 하여 옻골이라는 이름이 붙은 경주 최씨 집성촌이다. 옻골마을은 대구 달성군의 남평문씨본리세거지라고 하는 인흥마을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자연 촌락이다. 마을은 도동JC와 동대구JC를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북동쪽에 위치하며 환성산으로부터 뻗어 내린 능천산과 용암산이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1616년(광해8) 조선 중기의 학자 최동집이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경주 최씨 집성촌의 시작이 되었다.
마을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이 400년 수령의 느티나무 군락이다. 마을 입구에 느티나무 여러 그루가 심긴 이유는 금호강 지류로부터 훤히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에 마을이 위치하여 액운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느티나무 군락을 비보숲이라고 부르며 그 아래에는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마을 뒷산의 혹같이 생긴 바위가 거북이와 닮았고, 거북이는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으므로 마을 입구에 물을 가두어 연못을 만들었다는 설이 내려온다. 비보숲을 지나면 또 다른 보호수인 회화나무 두 그루가 답사객을 맞이한다. 이 회화나무는 수령 400년의 거대한 회화나무로 높이는 무려 12m에 이른다.
옻골마을도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어딘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마을 초입에 전시관 같이 생긴 건물과 옆에는 까페가 공사 중에 있다. 거대한 회화나무와 빨갛게 익은 감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야트막한 산들이 포근함을 느끼게 해 준다. 현재 옻골마을의 주택 대부분은 현대식으로 개축되었지만, 그래도 고택과 전통 양식의 돌담은 전통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마을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백불고택은 입향조인 최동집이 1630년에 지은 고택으로 대구지역 가옥 중 가장 오래된 주택이다. 백불고택은 현재 국가민속문화재 제261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전통양식의 토석담이 남아있으며 흙과 돌로 쌓아 올린 이 옻골마을 옛 담장은 국가등록문화재 제266호로 지정되어 있다.
마을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화전고택으로 갔다. 화전고택은 최동집의 12대손 최인영 선생의 생가라고 한다. 대문 앞의 감나무와 코스모스가 가을의 운치를 더하고 화전고택에서 바라보는 회화나무는 그 진가를 제대로 알게 해 준다. 옻골마을 내 유일한 식당인 돌담집을 지나 담장을 따라 걷다 보니 게스트 하우스가 보인다. 마을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독채 건물이다. 조금 더 내려가니 오른쪽에 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 40호인 최흥원정려각이 보인다. 이 건물은 조선 후기 학자인 백불암 최흥원을 기리기 위해 1789년에 조정의 명으로 세운 것이다.
계속해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다보니 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 45호인 동계정이라는 정자 건물이 나온다. 설명을 읽어보니 이 정자는 백불암 최흥원의 아들인 최주진을 기리기 위해 훼철되었던 동산서원의 자재를 가져와 1910년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조선 말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이 건물은 현재 공사 중에 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 41호인 수구당이 나오고 이 건물은 백불암 최흥원이 제자들과 강학하던 것이었다가 후에 자손들의 살림집으로 개조되었다 한다.
마을 끝까지 다다르면 남은 가옥은 국가민속문화재 제261호인 백불고택이다. 고택은 'ㄷ'자형의 안채와 일자형의 사랑채가 튼 'ㅁ'자형으로 만들어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제사를 위한 보본당이 있다. 백불고택을 지나 마을 입구 쪽으로 되돌아가 금전고택으로 향한다. 금전고택은 최흥원의 6대손인 최종응의 생가라고 하며 최종응은 건국훈장 애종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이다. 금전고택은 가장 먼저 보았던 화전고택과 마찬가지로 비지정문화재이다.
마을 입구 쪽으로 계속 내려와서 언덕배기에 지어져 있는 정자로 향했다. 정자에서는 옻골마을의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이 정자도 옛날에는 없었는데 새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정자에서 아몬드를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잠시 쉬다가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개울 옆을 흐르는 빨간 감나무를 찍어본다. 이제 보니 이 개울 주변도 공사를 한 건지 옛날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맞다. 옻골마을도 SBS 프로그램 <런닝맨> 촬영장으로 쓰이면서 방송을 탄 적이 있다. 지금은 그때의 흔적은 모두 지워버리고 남아있지 않다. 나오다 보니 마을 내에 작은 화장실도 새로 지어져 있다. 주차장에 화장실이 있지만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한 듯보인다. 조금씩 나아지려는 옻골마을의 노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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