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은 대구 월성동에 있는 해발 139m의 낮은 동산 수준의 산입니다. 낮지만 정상 조망이 예상외로 좋은 산으로 대구 시내와 달서구 일원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또한 대부분 산림의 공원화로 인해 숲이 우거져 있어 도심의 완충 지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 일대는 학산공원이라 명명하는데, 올림픽 기념관과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 위령탑이 건립된 곳이기도 합니다. 여러 군데 무료주차가 가능한 공영주차장이 많습니다만, 정상에서 가까운 학산공원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갑니다.
올라가면서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신기하게도 개울입니다. 이 낮은 산의 어디에서 물이 흘러내려오는지 어리둥절합니다. 숲 속에는 산새들이 바쁘게 날아다니며 연신 뭔가를 해댑니다. 기대도 안 했는데 너무 멋진 곳을 발견한 듯한 생각이 듭니다.
역시나 동네 산이라 길이 이곳저곳으로 많이 나 있어 무척 난해합니다. 그냥 학산 정상이라는 이정표만 보고 따라갑니다. 운동기구를 지나고 곧이어 오르막길을 만납니다. 정상에 가기 위해서는 수고스럽지만 조금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등산까지는 아니고, 구두나 스니커즈 신고도 충분히 오를 수준입니다.
소나무 숲을 지나는데 매케한 냄새가 납니다. 자세히 보니 산불이 난 흔적이 보입니다. 소나무는 모두 불에 타서 죽어버렸고 풀도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검색해보니 올해 4월에 불이 난 것으로 나오는데, 지금도 타는 냄새가 나는 걸 보면 불길이 치솟는 당시의 상황은 얼마나 처참할지 상상이 갑니다. 하지만 숯처럼 검게 변한 땅 가운데서도 파란 새 생명이 군데군데 돋아나는 것을 보면 자연의 신비함이 새삼 느껴진다.
바윗길을 지나면 바로 정상입니다. 앞산만큼은 아니지만 학산도 조망이 정말 좋습니다. 아니, 139m의 산에서 이런 조망을 보여준다는 건 가성비 측면에서 봤을 때 최고의 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돌아가기 전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 위령탑에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역시 이리저리 어지럽게 길이 나 있지만 위령탑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서 가기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소나무 숲을 지나다 보니 매캐한 재 냄새가 계속해서 납니다. 학산에는 무덤이 많은데, 등산로 주변뿐만 아니라 도로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거의 공동묘지화처럼 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분묘 이장사업 안내문이 적힌 푯말을 경주 남산이 아닌 곳에서는 여기서 처음 봅니다.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는 1995년 대구 지하철 1호선 공사중 발행한 사고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었습니다. 이 사고에 연이어 대구 지하철 사고가 발생하며 대구는 대형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참극을 맞았었습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와는 달리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는 이제는 많이 잊힌 느낌이 듭니다.
아파트 옆으로 난 길로 해서 학산공원 공영주차장으로 돌아갑니다. 이쪽 길로 가다 보면 산기슭에 엄청나게 많은 무덤들을 볼 수 있습니다. 꽃들이 꼽혀 있는 것으로 봐서 주인이 있는 무덤인 건 확실해 보이는데, 신기한 건 모두 기독교 신자들의 무덤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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