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배와 가창을 경계로 하고 있는 청룡산은 북쪽으로 앞산, 동쪽으로 최정산과 접하고 있으며, 높이는 794m이다. 청룡산 정상부 가까이에는 큰 바위능선이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계곡 아래에는 청룡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깃든 청룡굴이 있다. 청룡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정상 가기 전 암벽능선으로 수밭골과 비슬산, 삼필봉 자락의 조망이 이만저만 호쾌한 것이 아니라서 전혀 기대치 않은 감동을 안겨준다.
이번 청룡산 산행은 결론부터 말해서 동네 산 생각하고 가볍게 갔다가 엄청 힘들게 끝냈다. 이유는 고도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수밭골로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산행 코스가 워낙 길었던 것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에 짧지만 암벽능선도 탈 수 있고 조망도 좋은, 꽤 재밌는 산행이었던 것 같다.
들머리 - 달서구청소년수련관
들머리는 달서구청소년수련관 끝에 있는 비상급수시설에서 시작했다. 사실 청룡산 산행 들머리는 대구보훈병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아 보였으나, 청룡굴 때문에 일부러 달서구청소년수련관으로 잡았다. 비상급수시설 안쪽으로 나 있는 계단이 들머리이며, 앞산자락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앞산 쪽으로 설치된 구름다리가 마치 자기 쪽으로 오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청룡산은 찾는 이가 많이 없어 앞산과는 달리 주말에도 매우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날 역시 일요일이었음에도 첫 번째 조망점까지 등산객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코스의 초입은 능선에 닿기까지 활엽수 숲이 우거지고 그늘이 많아서 시원한 산행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가다 보면 돌탑 여러 개를 누군가가 등산로 가에 쌓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국 어느 산을 가든지, 그것이 국립공원이든, 야산이든 전혀 상관없이, 크기 불문하고 돌탑을 쌓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거 보면 한국 사람, 탑 쌓는 거 참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룡산의 숨은 볼거리, 청룡굴
중간에 갈림길이 애매하게 나뉘는 구간이 있다. 길이 희미해서 아무 생각 없이 가다가 엉뚱한 데로 빠져버려 다시 되돌아오니 시그널 하나가 눈에 띈다. 이럴 때면 시그널이 참 반갑다. 우측 희미한 등로를 따라가다 보니 거대한 바위가 눈에 들어오고 청룡굴이 보인다. 자연굴인지 일제강점기에 인공적으로 뚫은 건지 모르겠다. 주위에 아무런 설명이 없는 걸로 보아 자연굴로 보이기는 한데, 아무튼 우람한 바위 밑에 뚫려 있는 굴이 참 신비하다.
청룡산에서 내려다보는 월배 지역과 앞산
청룡굴을 나와서 좁은 사면을 따라 진행하면 대구보훈병원에서 올라오는 주 등로와 만난다. 이제부터 경사가 조금씩 올라가고, 바위와 돌들도 점점 많아진다. 곧이어 중턱 첫 번째 조망점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월광수변공원에 있는 도원지와 대곡지구 아파트들, 그리고 멀리 성서공단이 내려다보인다. 날씨는 맑은데 미세먼지 때문에 전방 시야가 좋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어쨌든 조망은 좋다.
그리고 정면으로는 앞산이 바라다 보이고 대덕산 기슭에 있는 임휴사의 전체 모습도 자세히 보인다. 첫 번째 조망점에서 산행을 이어가면 이번에는 소나무 숲을 지나 두 번째 조망점에 닿는다. 두 번째 조망점에서는 도원지와 대곡지구가 좀 더 멀어져 보이고, 수밭골과 삼필봉의 능선이 분명히 드러난다.
청룡산의 하이라이트, 암벽능선과 정상, 배바위
두 번째 조망점을 지나면 이제 여기서부터 청룡산의 하이라이트인 암벽능선이 시작된다. 여타 유명한 산의 암릉처럼 길지는 않고 아담한 수준이지만 이 바위 봉우리에서 자유를 만끽하기는 충분하다. 전방에 삼필봉과 그 너머 비슬산 정상과 조화봉의 산줄기가 호쾌하게 바라다보이는 경치가 너무나 시원하다. 솔직히 여기서 암릉을 만나게 될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이어지는 등로는 돌밭과 흙길이 반복되어 나타나면서 정상까지 이어진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능선길도 별로 덥지 않고 산행하기 꽤 좋다. 참고로 이날 최고 기온은 30도 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참나무 숲을 지나면 드디어 청룡산 정상이 보인다. 한쪽 끝에 조용히 세워진 청룡산 정상석도 보인다. 청룡산 정상은 헬기 착륙장으로 만들어져 있고 조망은 나무에 가려서 없다.
정상에서 올라온 반대쪽인 수밭고개로 내려간다. 내려가다 보면 전망대가 하나 나오는데 조망은 올라오면서 봤던 것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하산을 계속한다. 생각보다 경사가 완만하지는 않다.
또 하나의 조망점이라 할 수 있는 배바위라는 뜻의 배방우가 나오는데 시간이 갈수록 하늘은 점점 더 뿌예져 전방 시계가 좋지 못하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여기에 비가 많이 와서 이 바위에 배를 매어놓고 마을과 산이 물에 잠기는 것을 대비했다고 하여 배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왠지 성서의 노아의 방주가 생각나는데, 언제 누가 이런 말을 지어낸 것인지가 더 궁금하다.
수밭골로 하산
배바위를 지나 수밭고개에 이르면 수밭마을 3km 이정표가 보인다. 생각보다 하산길도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수밭골은 그늘이 없고 땡볕이라 더울 때 이 길을 이용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지루한 길을 내려가다 보니 샘 하나고 나오는데, 가까이 가니 물을 찾아온 날벌레들이 너무 많다. 음용이 가능한 건지는 글쎄올시다.
돌탑처럼 쌓아 만들어 놓은 관문을 넘어 계속 내려가니 아카시아 숲이 펼쳐진다. 바닥은 온통 아카시아 꽃잎이 떨어져 마치 새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너무 예쁘다. 아카시아꽃이 다 떨어진 것을 보니 이제 본격적이 여름이 올 모양이다.
아카시아 숲을 지나면 흙길은 끝나고 이제 시멘트 길의 시작이며 그늘도 없다. 이쪽으로 올 때는 선크림과 모자는 필수이다. 내려오는 길 좌측으로 삼필봉의 능선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지나온 청룡산의 능선이 보인다. 수밭골에서 보니 청룡산의 암벽능선과 배바위가 정확하게 조망된다.
얼마나 가물었으면 수밭골에 물의 거의 없다. 군데군데 고인 물 웅덩이에 갇힌 버들치들이 바글바글하다. 웅덩이의 물이 모두 말라버리기 전에 비가 와야 물고기들이 살 텐데 날씨가 정말 걱정스럽다.
수밭골 먹거리촌을 지나 드디어 도원지에 이르렀다. 월광수변공원에 나들이 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도원지에서 삭막한 도로를 지나 달서구청소년수련관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힘이 쭉쭉 빠진다. 혹시나 다음에 청룡산에 갈 일이 생기면 무조건 들머리는 '대구보훈병원으로 할 것'이라고 계속해서 되내며 겨우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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