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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대구 근교 산행 앞산 - 충혼탑, 정상, 케이블카, 안일사

by 취생몽死 202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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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대표하는 산, 앞산

지금 대구를 대표하는 산이라면 팔공산과 비슬산이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 시민에게 가장 친근한 산은 앞산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시가지와 가까워 접근이 가장 쉬운 동시에 안지랑골의 빨래터와 대덕식당의 선지국 등, 오래전부터 대구 서민들의 생활사에 깊숙이 스며든 산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앞산 정상에서 찍은 파노라마

앞산은 대구시 남구와 달서구, 수성구에 걸쳐 있는 해발 658m의 높지 않은 산이며, 주말 하루 등산코스로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산입니다. 이렇게 대구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앞산은 특히 주말에 상당히 많은 등산객이 몰리고 있고, 휴식과 건강 증진 장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앞산의 관광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앞산 전망대 등 여러 시설들이 증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구 앞산 트랙

 

1. 출발점 충혼탑 주차장에서 성불봉까지

앞산은 산행 코스가 매우 다양한 편인데, 그중 가장 일반적인 코스라 할 수 있는 충혼탑 주차장을 들머리로 했습니다. 토요일이었고, 아침 7시를 조금 넘겨 충혼탑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주차장이 벌써 만차인 상태였습니다. 아마도 주말인 데다 앞산에 주차 장소가 많지 않아 그런 것으로 짐작됩니다.

만차 상태의 앞산 충혼탑 주차장

 

원래 산행 계획은 충혼탑에서 비파산을 지나 앞산 정상을 찍고 앞산공원으로 내려오는 가벼운 코스였으나 실제로 가보니 지도 상에 출발점에서 비파산으로 가는 길이 사라져 있어 본의 아니게 약 8km, 5시간을 넘는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시에서 앞산 곳곳으로 나 있는 샛길을 모두 막아 벌어지게 된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샛길이 모두 사라지면서 충혼탑 탐방로는 엿가락처럼 죽죽 늘어나 산의 규모에 비해 산행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듯했습니다.

샛길로 진입을 못하게 모두 막혀있는 앞산 등산로 초입

 

등로 초입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평탄하면서 편안한 길이 이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산인만큼 달비골, 고산골과 마찬가지로 산책로 정비가 매우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곧이어 화장실 앞에서 케이블카와 정상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앞산 정상 2.4km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됩니다.

앞산 충혼탑 코스 산책로
칩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앞산의 숲길
케이블카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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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겅 지대와 대덕사를 지나 오르는 길은 경사가 아직 완만하여 그런대로 오를만합니다. 앞산을 걷다 보니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오르는데, 오래전 학창 시절, 한 선생님이 말하길, 팔공산은 바위산이고 앞산은 육산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앞산은 흙과 돌이 섞여 있어 그저 토함산과 같은 전형적인 육산마냥 편안한 흙길이 담보되지는 않습니다. 오르는 내내 바닥에 튀어나온 돌부리가 발바닥에 걸리적거립니다.

앞산의 너덜겅 지대. 돌탑을 쌓지 말라는 알림판이 무색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대덕사
참나무류가 곧게 자라고 있는 앞산의 등산로
숲은 우거져 있으나 가물어서 계곡은 모두 말랐다.

 

앞산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대로 계속 나아가면 운동기구와 샘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한 번의 고비를 만나게 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거의 다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계단이 이어지더니 드디어 사방이 트인 재를 만납니다. 여기서부터 앞산 능선길이 시작되고 정상까지는 0.8km이며, 정상 가기 전 성불봉이라는 봉우리를 지나게 됩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 중간의 갈림길 이정표
운동기구와 샘터가 있는 곳.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는 듯.
능선에 닿기 직전 끝없는 계단
끝난듯 보이지만 올라서면 계단이 또 있다.
능선이 시작되는 재에 도착. 정상까지 0.8km 이정표

 

그리고 가까이에는 대구 상인동 산1번지 일원 삼국시대 고분 유적이 있습니다. 이런 고지대의 고갯길에 고대 유적이 있다는 게 너무도 신기하며, 경주 남산의 삼화령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5세기의 석곽묘 2기가 존재하며 2013년 발굴조사 때에 굽다리 접시 등 13점의 유물이 출토되기도 했습니다.

앞산 고분 유적 안내문
아래, 위로 두 개의 석곽이 있다.
앞산 고분 유적 전경

 

고분을 지나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조망점이기도 한 성불봉에 닿고, 그 한켠에는 성불정이라는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이 봉우리의 이름을 성불봉으로 지은 것에 대한 유래는 알 수 없습니다만 한때 앞산의 이름이 성불산이었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앞산 성불봉 바위와 성불정
성불봉에서 본 대곡지구와 대덕산
앞산에서 바라본 청룡산
청룡산 뒤로 보이는 최정산과 가운데 뒤쪽으로 살짝 드러난 주암산

 

「대구읍지」의 산천 편에 의하면 '성불산은 대구부의 남쪽으로 10리쯤에 위치하고, 관기안산(官基案山)이다. 비슬산으로 비롯된다'로 표현되어 있어 앞산이 성불산임을 알게 해줍니다. 여기서 관기안산의 의미는 대구부의 근원이 되는 터인 경상감영공원에서 본 풍수적 개념의 안산을 의미하며, 일설에는 앞산이라는 이름이 풍수적 개념인 '안산'에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성불봉의 암봉
성불봉에서 본 대덕산과 청룡산, 대곡지구 아파트 단지

 

이 바위 봉우리에서 달서구 쪽 아파트 단지와 성서공단이 훤히 내려다보이고, 역시나 비슬산의 한 줄기인 청룡산과 최정산, 주암산까지 조망됩니다. 그리고 그 반대 편으로는 앞산의 다른 봉우리인 대덕산도 조망됩니다. 한창 경치를 감상하던 차에 한 무리의 산객들이 들이닥치더니 저의 고요를 깨어버립니다. 산에 와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건 당신들 마음이니 뭐라 할 마음 없지만, 아줌마 한 명이 연신 "아~! 좋다. 야호, 야호"를 외쳐대기 시작합니다. 산에서 '야호'가 금기시된 지가 언제인데, 쯧쯧.

앞산 성불봉에서 찍은 파노라마
이건 또 어떤 무개념한 자의 소행인가! 울진 산불 난 지가 언제라고, 꽁초가 오래되어 보이지도 않는다.

 

2. 앞산 정상과 앞산의 다양한 이름에 대해

성불봉을 떠나 앞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을 걷다 보니 동쪽 봉우리인 산성산도 보이고 대구 시내도 조망되지만 뿌연 스모그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헬기 착륙장에 도착하니 가야 할 앞산 정상이 보입니다. 멀어 보이지만 막상 걸으면 금방 가는 게 또 산길이다 보니 그닥 힘들 거 같지는 않습니다.

앞산 능선 바윗길
소나무 뒤로 보이는 대곡지구. 하늘이 정말 뿌옇다.
바윗길을 지나 헬기착륙장에 도착
앞산 정상 봉우리와 철탑이 보인다.

 

십 분여를 걸어서 앞산 정상에 도착, 정상 바위 위에는 조촐하게 앞산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대구 시내와 청룡산, 최정산 등이 조망됩니다. 앞산은 대구 시내가 가장 잘 조망되는 곳입니다. 하지만 요즘 때는 역시나 스모그 때문에 먼지에 가려 그저 뿌연 풍경밖에 보여주지 못합니다.

앞산 정상석
앞산 정상에서 본 청룡산

 

그런데 저는 어릴 때 생각하기로 앞산이라는 이름이 산 이름으로 매우 이상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지도에는 앞산을 다양한 이름으로 표기해 놓고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옛날 앞산의 명칭은 성불산으로 짐작되며, 근현대로 넘어오며 대덕산, 비파산, 심지어 비슬산 등 여러 이름이 혼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앞산이라는 공식 명칭이 정해진 건 1975년으로 불과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대덕산, 비파산, 성불봉은 앞산의 다른 봉우리를 가리키고 있는데 단지 봉우리뿐인 하나의 산을 대덕산, 비파산과 같이 별개의 산처럼 가리키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앞산 정상에서 본 청룡산과 대덕산
지나온 성불봉과 그 너머 청룡산, 그 너머 최정산. 오른쪽 사진은 앞산의 또 다른 봉우리 산성산, 스모그 때문에 제대로 찍히질 않는다
앞산 정상 전망대

 

3. 정상에서 케이블카 종착지 비파산으로 하산

하산은 정상에서 케이블카 종착지인 비파산 쪽으로 정하고 내려갑니다. 앞산은 하산길 중간 군데군데 쉼터가 있고, 방송사 송신탑이 많이 세워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중간에 조망이 꽤 괜찮지만 역시나 미세먼지가 문제입니다. 한편 큰골 앞산공원 안에 있는 낙동강승전기념관과 안일사, 은적사 등이 조망됩니다.

앞산 정상에서 본 대구 시내. 미세먼지가 대단하다.
앞산 정상부 철탑
앞산 정상에서 비파산으로 하산
비파산 봉우리에 있는 케이블카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구 시내 방향.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낙동산승전기념관
앞산 은적사

 

쉼터인 마천각을 지나 산성터인 대덕 산성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만납니다. 성의 흔적은 거의 사라진 상태로 설명판이 없으면 여기에 산성이 있었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암봉 위에 세워진 마천각
마천각을 지나서
대덕산성 표석

 

케이블카 종착지에 도착하기 직전 1988년 5월 30일에 세운 '대구직할시'라고 적힌 표석이 아스라이 다가옵니다. 케이블카 종착지 건물에는 풍국면과 카페가 영업 중인데, 건물 옥상이 전망대이지만 케이블카 이용객과 풍국면 이용객만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저번에 올라가 봤던 관계로 그냥 지나칩니다. 여기서 앞산공원 쪽으로 가지 않고 앞산 전망대(비파산 전망대) 쪽으로 향합니다.

비파산으로 가기 전 마지막 오르막
비파산과 케이블카 전망대가 보인다.
중간 조망점에서 바라본 안일사. 바위 절벽이 인상적이다.
대구직할시 표석
케이블카 종착지, 풍국면.

 

앞산전망대 혹은 비파산전망대는 현재 확장 공사 중에 있어서 정말 어수선합니다. 하루빨리 공사가 끝나기를 기대합니다. 샛길 차단으로 여기서 들머리인 충혼탑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안일사로 가는 길 뿐입니다. 이렇게 해서 예상 외로 산행 시간이 길어진 것입니다. 지도 앱의 등산로가 하루 빨리 수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사중인 앞산(비파산)전망대
전망대에서 안일사로 내려선다.

 

4. 안일사와 충혼탑

안일사에 도착, 대부분의 앞산의 사찰들이 그렇듯 안일사 역시 규모가 작습니다. 안일사는 대웅전을 비롯한 건물 세 동이 다입니다. 하지만 대웅전 뒤로 불쑥 솟은 암벽이 절의 위세를 크게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안일사에는 단 하나의 문화재가 있으며, 안일사 목조석가여래좌상이 대웅전에 봉안되어 있습니다.

암벽이 멋진 안일사
안일사 대웅전과 대구시 유형문화재인 목조석가여래좌상

 

안일사에서 안지랑골로 내려가지 않고 화장실 옆으로 길이 난, 안지랑골관리사무소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갑니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사면을 따라 걷다 보면 앞산자락길에 닿고 큰골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갑니다. 이 자락길은 앞산 아래로 사면을 따라 나 있는 길로 남부도서관, 충혼탑을 순차적으로 지나 처음 시작했던 충혼탑 들머리 초입길과 연결됩니다.

안일사 옆 화장실 쪽으로 내려간다.
산길을 지나 공터 운동기구가 나옴
이정표. 큰골 방향으로.
내 허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충혼탑 뒤쪽
휘어진 나무의 줄기와 등산로
드디어 자락길이 충혼탑 초입과 만난다.

 

예상보다 길어졌던 산행을 드디어 마치며 충혼탑에 한 번 들러봅니다. 주차장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고, 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 충혼탑에서는 행사가 열립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현충일에 가까운 날에 충혼탑에 방문해보니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충혼탑 엘리베이터
대구 앞산 충혼탑
사진전을 준비 중인 충혼탑
충혼탑 계단과 화분

 

충혼탑은 1958년 수성구 두산동에 건립되었다가 1971년 4월 20일에 현재 위치로 이건 되었습니다. 이건 하면서 탑신 30m의 규모로 재건축되었고, 호국영령을 기리기 위한 위패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충혼탑에서 남구와 서구 방면의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두류공원의 83타워도 잘 조망됩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와보니 푸른색 아케이드로 덮인 색상이 매우 오묘해 보입니다. 충혼탑을 끝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대구 충혼탑
충혼탑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와 83타워
아케이드 지붕으로 덮인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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