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화산은 육군3사관학교의 훈련장인 화산유격장으로 많이 알려진 곳입니다. 그런 화산에 화산산성이라는 산성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화산 산성 주위에는 농촌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데 배추 등을 키우는 대규모 고랭지 채소밭이 있습니다. 이런 산꼭대기에 농가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지역이 고위평탄면인 데다가 화산산성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화산산성 이외에도 마을이 워낙 높은 곳에 있어 조망이 워낙 좋은 데다 주변에는 전망대와 캠핑장이 있습니다. 오히려 마을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화산산성에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 군위 화산산성
화산산성으로 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차를 몰고 들어갑니다. 방문한 지가 일주일 정도 지난 상태로 당시에 일부 구간 공사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옛날에 인터넷은 커녕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화산산성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여기를 찾아간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찾아가기가 수월합니다.
화산산성으로 가는 길 중간 쯤까지는 그래도 도로가 넓은 편입니다. 그런데 마을에 가까워질 수록 점점 좁아지다가 마을에서 화산산성 주차장까지 가는 데는 거의 외길이 됩니다. 몇 년 전, 화산산성 주차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이날 가보니 공사 중이어서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덤프트럭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공사 관계자 말을 듣고 곧바로 차를 뺐습니다. 공사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었기 때문입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일반 차량은 진입금지입니다.
차를 군위화산마을체험관 앞에 대고 화산산성까지 걸어가기로 합니다. 화산산성까지는 걸어서 약 10~15분 정도 걸립니다. 원래 군위화산마을체험관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였고 옆에 있는 주차장은 화산그루터기주차장이라고 했었는데 주차장 팻말이 땅에 박혀 있네요. 커다란 그네는 그대로 있었고 뒤쪽 조망터는 펜스를 쳐서 가려져 버렸습니다.
화산산성에 도착하니 나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화산산성은 경상북도 기념물 47호로 정말 묘한 분위기가 나는 곳입니다. 이건 아마도 이 성이 미완성 성터인 탓이 큰 거 같은데 북문을 지날 때면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지는 장면처럼 판타스틱한 느낌이 듭니다.
화산산성은 1709년(숙종 35)에 병마절도사 윤숙이 4문의 기초공사를 시작하고 성벽 축조를 위한 석재를 모으고 수구문을 축조하던 중 거듭되는 흉년과 질병으로 중지하였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북문과 수구문 터는 축성을 시작하여 공사하던 옛 모습 그대로 흔적이 남아 있어 조선시대 축성의 기법과 공사의 순차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북문 뒤쪽에는 육군3사관학교에서 만든 민간인 출입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글자가 다 보였는데 어느새 빛이 바래 위쪽 글자는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북문에서 나와서 수구문으로 갔습니다. 수구문에서는 화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콸콸 쏟아지고 그 물은 아래에 있는 간이댐에 가두어집니다. 수구문 주위에도 점점 가을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간이댐에는 공사 때문에 물이 다 빠지고 바닥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 화산마을 전망대, 풍차전망대와 하늘전망대
이제 화산마을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화산마을 전망대는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풍차전망대, 하나는 하늘전망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산마을 주변도로는 내비에 등록이 되지 않아서 안내가 되지 않았으나 이정표만 보고 충분히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쉽습니다.
먼저 풍차 하나가 있는 풍차전망대로 갔습니다. 이 풍차는 화산마을체험관 앞에서도 보일 정도로 편평한 지대에 있는데 가는 길은 일방향 통행으로 되어 있습니다. 풍차 밑에 넓은 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차량으로 이동은 용이한 편입니다.
전망대에서는 고위평탄면에 만들어진 화산마을의 밭들이 조망되고 군위호 방향으로 산들이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날 날씨가 미세먼지가 있어서 가시거리가 좋지 않은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화산이 알려지지 않은 멋진 산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풍차전망대에서 나와 하늘전망대로 향했습니다. 풍차전망대에서 하늘전망대까지는 차를 타고 꽤 많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하늘전망대 가는 길 중간에 공터에서 풍차전망대가 조망되어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풍차전망대 뒤로 보이는 첩첩산중이 멋지게 보입니다.
하늘전망대에는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있고 거기서도 풍차전망대와 군위호가 잘 조망되었습니다. 하늘전망대 역시 멀리 풍력발전소까지 조망되는 등 전망이 너무 좋습니다. 하늘전망대에서 다시 화산마을체험관으로 돌아와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화산마을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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