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위 화본역
군위 화산산성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무슨 훈련을 하는지 군인들이 진입로 앞에서 길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허탕을 치고 돌아가다가 어쩐지 익숙한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군위를 검색하다가 로드맵으로 보았던 화본역이었던 것입니다. 왠지 모르게 횡재한 기분이 들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차할 곳을 찾다가 화본역 길 건너에 있는 테마공원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 앞에 차를 대고 화본역으로 갔습니다. 길가에 군위군 대구 편입 현수막이 걸려있는 게 보입니다. 군위는 왜 기를 쓰고 대구에 편입하려는 걸까요?
화본역 앞에 오니 5톤이상 진입금지 간판이 보입니다. 잉? 차가 들어갈 수 있나? 정면에 화본역 역사 건물이 보이고 좌우로 약간의 상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삼국유사테마파크 등 요즘 군위가 관광자원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는 거 같은데 결과물이 뭔가 좀 아쉽습니다. 화본역은 중앙선이 지나는 기차역으로 현재 기차가 정차하는 역사입니다.
관광을 위해 플랫폼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000원이라는 입장권을 사야 합니다. 역사 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 안은 정말 정감 어리게 꾸며져 있습니다. 이런 곳에 누가 올까 싶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꽤 모여 있습니다.
플랫폼의 풍경은 여느 작은 기차역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철로 옆에 사용하지 않는 기관차 한 대가 서 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카페로 사용된 듯하고 현재 영업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화본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급수탑입니다. 이 급수탑은 이땅에 디젤기관차가 상용화되기 이전 국토를 달렸던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로 1950년대까지 사용되었습니다. 한때 국내에 수십여 개에 달했던 급수탑이 현재는 화본역을 포함해 몇 개 남아있지 않다고 하네요.
이 급수탑은 안에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급수탑 안은 몇 개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분위기가 정말 묘합니다. 한쪽 벽면에는 당시의 인부가 적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석탄절약', '석탄정돈'이라는 낙서가 눈에 띕니다. 풍부하지 않았던 당시의 자원 상황을 짐작하게 해 주네요. 멀리서 봐도 정말 묘한 매력을 지닌 건축물입니다.
-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
화본역을 나와서 인근의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 테마박물관으로 갔습니다. 공원이라고도 박물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곳은 폐교된 산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것입니다. 왜 하필 이름이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인지 조금 웃기네요. 엄마아빠는 아니고 할매할배까지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이곳은 학교 건물 1층에 전시실이 있고 나머지 공간은 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2,000원의 입장료가 있는데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주말에만 운용하고 평일에는 전시실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럴려면 입장료를 평일에는 1,000원으로 하던가, 이런 시설에 입장료 2,000원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리고 이곳의 전시실 스타일은 대구의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을 모티브로 삼고 있어서 저로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단 대구문학관에 가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재밌게 관람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포니 픽업트럭도 있고, 초등학교 책걸상을 보니 정말 저렇게 작은 데서 공부를 했나 싶을 정도로 크기가 작습니다. 14인치 컬러텔레비전도 있습니다.
운동장 밖에도 이런저런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음식과 농산물 파는 가판대도 있지만 주말에만 운영하는 듯합니다. 아참 이곳의 주차장은 들어가는 입구 앞 도로가에도 있고 길 건너에는 더 큰 주차장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 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
이제 화본역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로 갑니다.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는 내비게이션에 미성1리 마을회관을 찍고 가면 됩니다. 마을회관 옆에는 주차장도 있으니 차를 가져가기에 편합니다. 이정표도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으니 찾아가기는 쉽습니다.
차에서 내리면 위쪽으로 집이 하나 보이니 거기가 리틀포레스트 촬영지입니다. 여타 드라마 촬영지처럼 크지는 않고 집 한 채로 아담합니다. 주위의 동네도 조용하고 너무 좋습니다. 어떻게 이런 장소를 알고 섭외를 하는지 정말 신기합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커플 한 팀 외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작은 마당과 광이 있는 여타의 농가 가옥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천장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여러 소품들이 집 안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리틀포레스트를 보지 못했지만 촬영지에 와보니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용한 마을과 영화 촬영장의 분위기가 참 좋은 곳이고 지나가면서 부담 없이 한 번쯤 들르기 좋을 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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