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
오래전, 나의 첫번째 카메라인 코닥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내가 떠났던 첫 번째 출사지가 바로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입니다. 당시에는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이라는 이름보다 제2석굴암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고 군위 삼존불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곳은 과거 동화사, 파계사와 함께 팔공산을 대표하는 문화유적 관광지 중 하나였고 군위를 대표하는 관광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소 빛바랜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렸고 방문객의 수도 많이 줄은 듯합니다. 아마도 코시국의 탓도 있겠지만 여행 트렌드가 과거와는 많이 바뀐 탓이 크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제2석굴암은 주차장이 두 개가 있으며 1주차장이 석굴암에서 더 가깝습니다. 제2석굴암 안에는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주차장에서 상가를 지나 제2석굴암으로 걸어갑니다. 우측 편에 키 큰 소나무 군락이 보이고 해탈교 아래로 맑은 계곡물이 흐릅니다.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가야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이 나옵니다. 촬영한 날로부터 한 주 정도 지난 시점에 글을 올린 것으로 계곡에는 단풍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석굴뿐만 아니라 사찰이 만들어져 있고 크지는 않지만 있어야 할 건물은 다 있는 모습니다. 그리고 삼존석굴 외에도 몇 가지의 문화재가 더 있습니다.
가장 먼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58호인 군위 삼존석굴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만납니다. 작은 연꽃 대좌에 앉아 소나무 사이에 조용히 숨어 있는 이 석불상은 신라 후기인 9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소발한 머리에 육계가 큼직하고 지권인을 하고 있는 수인이 가장 특징적입니다.
군위 삼존석굴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앞에는 작은 다리가 하나 있고 석굴암 앞을 흐르는 계곡이 흘러가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말 오래전, 여기에 마지막으로 왔던 때에 위쪽 도로 어딘가에 오랜 기간 공사를 하면서 계곡물이 더러워지고 잡풀도 많이 자랐었는데 지금은 원래의 맑은 계곡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계곡의 수량도 많고 경치도 좋은 곳입니다.
드디어 석굴암이 있는 거대한 암반이 보이고 좌측에는 법당인 비로전, 암반 앞에는 군위 삼존석굴 모전석탑이 있습니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241호인 이 모전석탑은 석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단층 기단에 단층 탑신부를 취하고 있는데, 원래 3층이었으나 탑신부에 자생한 소나무가 태풍에 쓰러지면서 무너졌다고 합니다. 이후 1949년 전문적인 기관이 아닌 신도들에 의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전석탑 뒤에는 복원 당시 새로운 부재로 대체되고 남은 기존의 부재를 모아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은 팔공산에 산재한 많은 문화재 중에 국보로 지정된 두 점의 문화재 중 하나로 국보 109호로 지정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14호인 거조암 영산전입니다. 제2석굴암이라는 아명을 가진 이 석굴은 경주 석굴암보다 제작 시기가 앞선 것으로 사실 제2석굴암이 아닌 제1석굴암이 되어야 하겠죠.
설명에는 자연암반의 자연동굴이라고 써져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인공 석굴 같습니다. 자연 동굴에 석굴을 만든 건지, 애초부터 암반을 파낸 건지 정확한 건 모르겠습니다.
삼존석굴 아래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입구가 잠겨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계단을 통해 석굴 바로 앞에서 불상을 볼 수 있었고 참배도 했다고 합니다. 이게 언제 적 이야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그랬던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러던 것이 불상 훼손 문제로 인해 현재는 멀리서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존석굴 옆에는 산신각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길 아래로 암반을 타고 물이 내려오는데 오폐수가 흘러내려옵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산중 계곡에 어떻게 이런 물이 흘러내려오는지. 위로는 마을이 없고 농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이건 절의 오폐수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물은 아래로 흘러내려 그대로 석굴암 옆을 흐르는 계곡과 합류하고 있었습니다.
삼존석굴에서 왔던 길을 돌아서 해탈고 반대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쉴 수 있는 정자도 하나 있네요. 그리고 길 옆의 민가에 돌담이 신기하게 쌓여 있습니다. 커다란 바위가 중간에 끼워져 있는데, 돌담 사이에 바위를 끼워 넣은 건지 원래 있던 바위 주위에 돌담을 쌓은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사찰 끝에는 양산서원이 있습니다. 사찰과 서원이 붙어있다니 조금 신기하네요. 아무튼 이 서원의 이름 양산서원으로 부림 홍씨 입향조의 위패를 모신 곳으로 보입니다. 이곳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후에 복원된 것입니다. 양산서원을 끝으로 제2석굴암에서 한밤마을로 이동합니다.
- 군위 한밤마을
군위 삼존석굴에서 한밤마을까지는 차로 5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주차는 마을 입구인 카페 호두나무집 앞에 대도 되고 화장실 앞에 작지만 별도의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의 지명의 유래가 옛날 마을 주변에 밤나무가 많다 하여 한밤마을 혹은 대율리라고 불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주변에 밤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마을 들머리 앞에는 높게 솟은 노송과 굵은 느티나무 고목이 함께 자라며 운치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한밤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호두나무집 옆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가면 됩니다. 한밤마을에 있는 가옥의 담장은 대부분 흙을 섞지 않은 돌로만 쌓은 담장으로 이 마을을 대표하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밤마을에도 몇 개의 문화재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군위 대율리 석조여래입상입니다. 이 불상은 골목길로 들어서서 조금만 걷다보면 좌측에 대율사라는 작은 개인 절이 있는데 그 안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대율사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국가지정 문화재를 개인 소유화시킨 게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문틈으로 렌즈를 디밀어 불상을 담아봅니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보물 988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돌담길을 따라 계속 마을 안으로 들어가다보면 한밤 돌담 옛길이 나옵니다. 좁은 길 양쪽으로 이끼 낀 돌담이 매우 옛 정취가 느껴집니다.
마을의 남쪽으로 내려가면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62호인 대율리 대청이 있습니다. 이는 마을 가운데 넓은 공터에 잘 보존되어 있는 누각형 대청 건물입니다. 대율리 대청은 조선 전기에 지어진 것이나 임진왜란 때 불타 인조 10년(1632)에 다시 지은 것으로 현재는 노인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율리 대청 옆에는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64호인 남천고택이 있습니다. 남천고택은 한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으로 부림 홍씨 집성촌을 대표하는 살림집입니다. 숙박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으며 예약자가 아니면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호두나무집에서 남천고택으로 돌아서 나오면 한밤마을을 거의 둘러본 것이 됩니다. 이곳도 옛날에 1박2일 촬영지였으나 지금은 그 흔적이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폐교가 된 후 캠핑장으로 변신한 대율초등학교를 담고 집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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