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면에서 구미 방면으로 가다 보면 동서로 길게 뻗은 산을 볼 수 있는데 바로 625 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격전지였던 유학산이다. 이 유학산은 해발 839m의 산으로 대구 북구에서 가까운 근교 산이다. 그리고 들머리를 어디로 잡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유학산을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도봉사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시간을 정확하게 재보지는 않았지만 도봉사에서 정상까지 가는데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은 듯하다.
도봉사 가기 전 카페가 있는 큰 주차장을 팥재주차장이라고 하는데 보통 여기나 도봉사를 들머리로 가장 많이 잡는다. 팥재주차장 오른쪽 끝에 보면 도봉사로 올라가는 좁은 도로가 있고 꽤 경사지다. 나는 차를 타고 올라갔고, 도보로 올라가는 데는 약 15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주차공간은 도봉사 안과 밖에 있지만 협소한 편이다.
도봉사 입구 앞에 차를 대고 바로 앞에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최단 코스이니 만큼 경사는 꽤나 가파르다. 하지만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체감 상 힘들지는 않다. 도봉사 입구에서 유학산 정상이 있는 유학정까지는 약 800m이다.
약 1/3 정도 올라가면 쉼터 겸 조망점이 하나 나온다. 유학산 도봉사 코스는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쉴 수 있는 벤치가 많다. 조망점에서 잠시 조망을 감상하다가 곧바로 다시 올라간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다 보니 별도로 쉬어갈 필요는 없었다. 유학산은 육산이지만 도봉사 코스는 거의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망이 괜찮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조망은 점점 더 좋아질 예정이다.
아주 오래전에 멋도 모르고 다부동에서 유학정까지 올라간 적이 있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왜냐하면 다부동은 유학산 동쪽 끝, 유학정은 서쪽 끝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동하면 유학산을 종주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다부동 코스는 인기척이 거의 없어서 수풀이 우거진 곳도 많아 개인적으로 비추천이다. 굳이 종주를 하고 싶다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경사가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도봉사에서 시작해서 다부동으로 가는 게 덜 힘들다.
유학정 가기 100m 전 헬기착륙장이 나온다. 헬기착륙장 앞에서도 전망이 좋다. 조망이 보이는 앞으로 나가면 좌측 등산로와 임도가 보인다. 좌측 등산로로 가면 구미, 임도로 가면 학상공단이 나온다.
북쪽으로 학하리, 천생산 등이 조망되고 서쪽으로는 구미 약목면, 북삼읍, 낙동강, 금오산 등이 조망된다. 아직 정상에 닿지도 않았지만 벌써 전망이 만족될 수준이라니, 유학산은 생각보다 전망이 정말 좋은 산이다.
이제 100m를 더 가서 진짜 정상으로 가보자. 정상에는 유학정이라는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는데 정자 위에 올라가면 사면팔방으로 조망이 트여 있다.
구미, 왜관, 낙동강은 물론이고 금오산, 소학산, 황학산, 다부동, 가산, 팔공산, 그리고 가야산까지 조망된다. 날씨가 아주 맑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어서 꽤나 멀리까지 보였다.
이날 유학정까지 올라온 사람이 비슷한 시간에 같이 올라오신 분 딱 한 명 뿐이어서 한참을 같이 이리저리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유학정에서 간식을 먹고 최대한 시간을 보내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그냥 내려가기 아쉽고 옛날 생각이 나서 다부동 방향으로 837고지까지 가보기로 했다. 다부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몇 개의 고지가 나오는데 암릉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조망이 좋다.
처음에 얼마 안 걸릴 줄 알고 그냥 갔는데 생각보다 멀었고 수풀이 우거진 곳이 많아 수 차례 그냥 돌아갈까 고민했다. 길도 마냥 평탄하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락내리락한다. 폐헬기장을 지나 드디어 신선대 근처를 지나간다.
기억과는 달리 확실히 이 길은 비추다. 하지만 고지 암봉에서 보는 전망만은 좋다. 멀리서 보면 그냥 육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드문드문 계속 암봉이 나온다. 그리고 바위와 소나무의 조화도 멋지다.
계속 걸어서 837고지 근처 두 번째 조망점에 닿는다. 역시나 여기서도 조망은 좋고, 방향은 아까 지나쳤던 신선대와 비슷하다. 지나온 길에 따라 하나둘씩 솟아 있는 암릉이 보인다.
837고지 표지판까지 간 다음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쪽으로 계속 가서 다부동으로 내려가면 차량 회수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돌아가는 길에 유학정 가기 직전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측으로 빠지면 도봉사로 통하게 된다. 처음에 올라갔던 들머리가 아닌 도봉사 쉰질바위 옆으로 내려온다.
올라갈 때와 다른 길로 내려오니 지루하지 않은 산행이 가능하다. 내려오는 길에도 쉼터와 조망점이 계속 나온다. 이 길로 올라가서 반대쪽으로 내려가도 난이도는 거의 비슷할 듯하다.
거의 아래로 다 내려왔는지 풍경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나무 사이로 도봉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산을 빠져 나오니 쉰질바위가 떡하니 눈앞에 나타난다.
도봉사에서 끝에서 보는 풍경도 좋다. 쉰질바위와 도봉사 대웅전 등 경내 사진을 여러 컷 찍어본다. 쉰질바위는 가까이서 보면 정말 거대하다. 거대한 바위 아래에 자리한 도봉사가 조그맣게 보이기도 한다. 워낙 단단한 화강암이다 보니 산사태가 날 위험을 없나 보다.
도봉사는 워낙 작은 암자 정도의 절이다 보니 둘러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도봉사 경내를 가볍게 돌아본 다음 주차장 쪽으로 내려간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보는 쉰질바위의 모습도 색다르게 느껴진다.
도봉사에서 팥재주차장으로 내려와서 잠시 쉬었다 가기 위해 카페 엠비언트에 들렀다. 원래 카페가 있던 자리는 일반적인 휴게소가 있었는데 어느 샌가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휴게소에서 어묵도 몇 번 사먹고 했었는데 왠지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엠비언트는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도심 외곽에 자리잡은 대형 카페이다. 오후라서 디저트는 거의 다 나가고 없었고 커피 가격은 생각보다 쌔다. 대신에 산미가 강한 예가체프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야외 테이블도 있어서 밖에서 마시는 사람도 많다. 주차장 밖으로 나와서 유학산의 모습과 카페 외관을 담아본다. 주차장 한쪽 끝으로 가니 버스정류소가 있다. 어쩌면 여기서 다부동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도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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