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백종원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외식업계에서 백종원은 사업가로서 또는 요리사로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혹자는 백종원을 두고 셰프라고 할 수 있는지 반문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셰프 백종원을 논하고자 하는 건 아니므로 그 부분은 논외로 한다.
사업가 혹은 소유진 남편으로만 알려진 백종원을 방송인으로 각인시킨 「마리텔」은 백종원 신드롬의 탄생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이후 백종원은 각종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서 국내외 맛집 소개와 음식 비평을 하며 전문성과 인문학적인 소양을 어필하기도 한다. 그리고 「골목식당」은 백종원에게 있어 소위 선한 영향력의 대명사와도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백종원의 인기에 제동을 걸려고 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이다. 황교익은 백종원의 과도한 설탕 사용에 대해 수차례 저격하면서 팬덤을 넘어 거의 신격화되어 가던 백종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하지만 약간의 대미지도 입히지 못한 채 마치 강철 갑옷과 같이 그의 주위를 두텁게 에워싸고 있던 팬덤에 의해 그대로 튕겨나 버렸다. 재밌는 건 백종원은 사실상 아무런 방어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단지 백종원의 팬덤이 대신하여 황교익에 맞서 싸워준 형국이다.
황교익은 날로 늘어나는 당 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말하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슈가보이 백종원과 그가 중심이 되는 TV 프로그램을 지목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한식이라는 측면에 국한해서 봤을 때 황교익의 생각은 틀리지 않다. 사실 가정식 보다 외식 업소에서 설탕의 사용 비중이 훨씬 높고, 날이 갈수록 가정식보다는 외식에 의존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당이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단시간에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외식업 경험이 있는 백종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외식업 뿐만 아니라 가정식에서의 설탕 사용량 증가이다. 사람들에게는 설탕에 대한 일종의 경계심 같은 벽이 존재했으나 TV에 나와 거리낌 없이 설탕을 들이붓는 백종원의 모습에 그러한 저항이 조금씩 허물어져 간 것이다. 바야흐로 유행하는 한식 레시피에 있어 설탕이 없으면 거의 만들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지금 한식 반찬 혹은 하나의 요리를 놓고 볼 때 단 음식이 너무 많다. 서양권의 경우 단 음식은 지극히 당연하게 식사가 아닌 디저트로 여긴다. 하지만 한국인은 단 것도 당연히 한 끼 식사가 된다.
백종원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백종원이 음식을 만들면서 괜찮다고 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런가보다 하고 그대로 다 따라 한다. 실제로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 레시피는 전 국민에게 가장 신뢰성 있는 레시피가 된 지 오래이다. 설탕이 워낙 두드러져서 그렇지 단지 설탕 하나의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상식, 기름과 같은 식재료의 과도한 사용과 건강과 배치되는 사용 등,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백종원 레시피 중에 양파 카라멜라이징이라는 게 있다. 기름에 양파를 캐러멜화 될 때까지 볶아 당 성분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것인데, 이것을 버터와 설탕을 섞어 빵에 발라먹는 모습을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이러한 많은 논란 때문일까? 최근 백종원은 설탕에 대해 관대했던 과거의 모습들로부터 조금씩 발을 빼는 듯한 인상이다.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자신은 설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계속 어필한다. 그러면 이때까지 백종원의 설탕 사용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 사람은 뭐가 되냔 말이다. 괜찮은 줄 알고 사용했는데 정작 백종원은 그렇게 먹지 않고 있었던 거다.
백종원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프로 방송인답게 어떤 현상이나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처세가 매우 빠르다. 즉 비즈니스 쪽으로 머리가 굉장히 비상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설탕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고 마는 것보다 좀 더 경각심을 일깨워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책임감을 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한 선한 영향략 아닌가? 당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는 황교익이 천 번 말하는 것보다 백종원이 한 번 말하는 게 훨씬 효과가 크지 싶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우매한 대중(또는 개인보다 다수를 존중하는 문화)이 지닌 답답한 사고 수준이나 어쩔 수 없다.
다시 황교익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모두가 백종원에 열광하고 있을 때, 이러한 무비판적 수용에 대해 누군가는 지적해줄 필요가 있으며 자신이 그것을 하는 것이라는 황교익의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난다. 내가 생각했을 때 황교익은 비판이 다소 감정적으로 흐른 점, 여러 방송에서 정치색을 과도하게 띄었던 점 등이 좋지 않게 보였지만 자신이 할 말은 했다고 생각한다.
황교익은 대표적으로 TV 방송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고, 방송 프로그램(특히 예능과 생활정보프로그램) 제작 생태를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전 「트루맛쇼」라는 방송국의 맛집 프로그램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하여 대중 스스로 외식 문화를 바라보는 안목과 인식을 높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황교익은 「트루맛쇼」와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을 시작으로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갔으나 결과적으로 백종원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즉 두 사람의 충돌은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계란으로 바위를 친 셈이다.
최근 백종원은 예산시장 되살리기 프로젝트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이것과 함께 과거 프로그램에서 연돈을 비롯한 많은 자영업자들을 도와준 것들을 보면 확실히 백종원은 자신의 영향력으로 일부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 건 맞다. 이런 일들이 분명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근 사회 문제롤 대두되고 있는 지방소멸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지방소멸과 저출산에 의한 인구 절벽의 근본 원인은 잘못된 교육 시스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방문객 증가로 지역 활성화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지방의 인구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예산시장 상가로 입주한 외지인이 인구 증가에 기여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뭐 조금의 도움이 있을지는 몰라고 궁극적인 대책도 아니고 한계도 아주 뚜렷하다.
백종원은 자신의 능력을 다른 곳으로 환원할 줄 아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그게 비즈니스 쪽으로 능력이 특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백종원이 평생의 큰 은인이 될 것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 이상은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백종원이 국민의 건강과 보건을 챙기는 건강 지킴이가 되라는 건 아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백종원이 아니라도 유튜브 내에 수두룩하다. 다만 과거 설탕 논란처럼 일반인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게 자신의 영향력을 생각해서 조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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