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아라비카 원두커피를 처음 접했던 건 던킨의 원두커피였다. 당시 아메리카노라는 커피 메뉴는 존재하지 않았고 국내에 커피 프랜차이즈는 전무한 시절이었다. 그러다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외국 브랜드가 상륙하고 국내 대기업 브랜드도 본격 론칭하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나의 첫 아메리카노는 서울 역삼동에 출장 갔을 때 마셔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이다. 당시 대구에는 스타벅스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먹었던 스타벅스 커피의 맛이 썩 좋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쓰고 양은 많고 또 너무 뜨거웠다. 차라리 던킨 원두커피가 훨씬 부드럽고 향도 풍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스타벅스 원두가 강배전 로스팅이라는 건 지금은 알려질 대로 알려진 것이니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문제는 물 온도이다. 아메리카노든 드립이든 100℃ 펄펄 끓는 물에 내리면 풍미도 없고 마시기도 어렵다. 아마도 당시는 프랜차이즈 카페 초창기 시절이다 보니 그러한 커피에 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채 한국인 감성 특유의 '커피는 무조건 뜨겁게'라는 인식이 있지 않았나 싶다.
스타벅스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하기 시작할 때 대구는 지역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 전통의 커피명가가 있었고 다빈치 커피, 슬립리스 인 시애틀, 바리스타B 같은 프랜차이즈가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어느덧 스타벅스와 국내 대기업 커피의 공세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커피명가를 제외한 다른 로컬 브랜드는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그러한 막강 거대 자본 사이에서 틈새를 비집고 나타난 로컬 브랜드가 핸즈커피이다.
커피를 마시는 한국인 가운데 과연 몇 퍼센트 정도가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마실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랑하는 민족, 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로는 커피 맛(정확하게는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단지 너무 덥고 목이 말라 마시게 되는 쓴 음료일 뿐이다. 혹자는 추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지만 '당신은 차가운 쓴 음료에 최면이 걸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따뜻한 핸즈커피 롱블랙을 마셔본다면 정말 맛있고 훌륭한 블랙커피가 어떤 것이고 왜 커피는 따뜻하게 마셔야 하는지 알게 해줄 뿐더러 아메리카노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는 편견을 깨게 해 준다. 롱블랙과 아메리카노는 물을 섞는 순서만 약간 다를 뿐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된다. 핸즈커피에 가서 블랙커피를 주문할 때는 롱블랙으로 시켜보자. 핸즈커피 롱블랙은 그야말로 잡스러운 맛이 전혀 나지 않는 밸런스와 풍미가 최상급이라 할 수 있는 커피이다. 아마도 이건 좋은 재료와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한 연구와 관리 등 엄청난 정성을 쏟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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