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을 맞은 불타는 청춘 진안 편은 정말 간만에 버릴 것 하나 없는 재미있는 회였던 것 같습니다. 영월 편에서 최성국에게 할당된 오프닝이 너무 길어서 이번에도 오프닝이 길겠지 하고 기대치를 낮추고 있었는데 웬걸 장면 장면 지루할 틈도 없이 알찼던 것 같습니다. 우선 새 친구인 김광규의 등장으로 불청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삼시세끼>, <나혼자 산다> 등에 출연하며 최근의 예능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연기자이기에 기대가 아주 컸었는데 그 기대대로 예능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역대 불청 출연자 중 예능감이 좋았던 김선경, 박선영이 간만에 다시 출연한 것도 김광규과 함께 확실히 플러스 알파가 되어주었고 개인적으로 좋아한 출연자였기에 매우 반가웠습니다.
1년 전, 눈밭에서 만난 수지와 국진. 서로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지나 만난 곳이 다시 눈밭이라는 것에 있어 둘은 누구보다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럴까 정선, 영월을 지나오며 다소 어두워진 분위기가 하얗게 내린 눈과 함께 한없이 밝아진 것 같습니다. 수지국진 두 사람은 올해 들어 내외형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준 것 같으며 1년 전, 하얀 눈밭에서 첫 만남을 가졌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 때문인지 한껏 들떠있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수지와 국진은 이번 여행에서 함께 등장합니다. 두 사람이 오프닝에 같이 등장한 건 인제 편 이래로 처음일 정도로 오랜만입니다. 그것도 연인 모드 폴폴 풍기며 다정한 모습 연출하면서 말이죠. 전체적으로 수지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의식해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최근의 차분한 모습을 거둬버리고 마치 불청 중반 때와 같은 예능감 충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국진은 한층 더 수지를 편안하게 대하고 카메라를 덜 의식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국진이 수지와 함께 걸어오면서 가루눈 뭉치를 머리 위로 던지자 눈보라가 날립니다. 연인을 즐겁게 해준 것이 만족스러운지 흐뭇한 표정으로 수지를 쳐다보네요. 곧이어 내리막, 미끄러운지 수지가 살짝 겁먹은 소리를 내자 국진이 자기를 잡으라고 합니다. 전 이 장면이 너무 웃겼는데 수지가 "어딜 잡아요? 손도 잘 안 잡아 주면서."라며 국진의 뒷덜미를 잡습니다ㅋ. 사람이 뒷덜미를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내 마음대로 쉽게 가지를 못합니다. 지금 국진의 상태가 이렇습니다. 수지에게 뒷덜미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이 모두 잡힌 상태죠. 그 다음 장면이 국진의 이런 상태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집에 다와서 길이 미끄러운지 조심조심 걷다가 국진이 카메라를 슬쩍 본 뒤 수지에게 손을 내밉니다. 사실 굳이 손을 잡아야 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아 보였고 앞서 손 안 잡아준다는 수지의 말에 국진이 바로 반응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카메라를 거의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국진도 많이 변했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합니다. 이 때 '어머, 이 남자 보게. 웬일이래!'라는 듯한 수지의 표정도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수지는 바로 잡지 않고 국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 뒤에 손을 잡습니다. 옥의 티는 "미끄러우니 떨어질까 봐."라고 강조하는 국진의 핑계성 말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수지는 "꼭 무슨 말을 하더라구요."라고 한마디 하네요.
수지와 광규의 첫 만남에서 광규는 수지의 나이를 알기 전에 누나라고 했나 봅니다. 근데 둘이 동갑임을 알게 된 후에도 광규는 수지에게 그냥 누나라고 부르겠다고 합니다. 그 순간 수지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어지면서 "왜요~?"라며 들고 있던 가방을 놓아 버립니다. 광규는 당황하며 제작진을 쳐다보고 옆에 있던 선영과 성국까지 긴장을 합니다. 결국 성국까지만 누나라고 하기로 급하게 정리가 됩니다. 단순한 표정과 행동, 기막힌 타이밍으로 확실히 수지가 순간 예능감이 뛰어남을 보여준 장면인 것 같습니다.
수지는 황당하고 광규는 당황하고
얼마 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 국진을 두고 광규는 선영과 굉장히 닮은 것 같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수지는 처음에는 그럴 수 있겠다며 수긍을 합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닮았다는 말에 수지가 갑자기 하이톤으로 "오빠하고 나하고도 닮았다고 그러던데요. 사람들이요."라며 버럭합니다.
그러자 광규가 "아... 화나셨구나."라고 말하면서 자기가 이렇게 눈치가 없으니 혼자 산다며 성국이를 찾기 시작하고 수지는 아니라며 따라붙고 두 분다 예능감이 정말 번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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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규는 성국과 처음부터 말을 놓고 바보라며 놀리는 것을 보아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았습니다. 계속 바보라고 놀리는데도 성국은 화 안 내고 잘 받아주는 모습입니다.
수지는 영월 여행 때부터 국진에게 뭔가를 자꾸 하나씩 줍니다. 영월 편에서 수지는 목도리인지 숄인지를 둘러주고 세탁해서 돌려달라고 하죠. 이번에는 발이 시렵다는 국진에게 덧신으라고 자신의 양말을 줍니다. 목도리인지 숄인지는 아마 국진이 따로 만나 돌려줬을 거라고 혼자 상상하는데 이번에는 양말 세탁해서 줘야할 거 같습니다. 뭐 하나씩 계속 주면서 밖에서 만나는 핑계를 만드는 건지ㅋㅋ. 물론 그냥 재미로 하는 얘기입니다. 아무튼 이런 것만 봐도 두 분은 이미 ㅎㅎ. 남녀 출연자가 아무리 친해도 양말까지 주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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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고생하시네요, 김국진 오빠." ㅎㅎ. 자기도 무말랭이 준비하느라 고생하면서. 잘게 팬 장작을 나무 젓가락이라고 건네는 국진과 그걸 들고 좋아하는 수지. 왠지 섬진강 편에서의 장작패기가 생각납니다.
마당에서 수지, 국진, 완선, 선영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상형 얘기를 하다가 완선이 선영에게 묻습니다. 선영은 키가 175 이상, 남자답고 자상하면 좋겠다고 하네요. 수지 눈에 남자답고 자상한 사람은 국진, 불청 시청자라면 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국진 오빠라고 하니 국진은 또 부끄러워합니다. 이제는 안 부끄러워해도 될 때가 된 거 같은데요. 이번에는 국진이 수지에게 묻습니다.
"수지는 남자 키가 175 이상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지가 국진의 키를 콕 집어 가리키며 "딱 좋아요."라고 하니 모두 빵 터지고 국진은 뒤로 도망갑니다. 다시 돌아오니 국진에게 묻네요. 어떤 여자가 좋은지. 그냥 앞에 있다고 하면 간단하게 끝날 것을 두루뭉술하게 외모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국진도 정말 많이 변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그냥 라스에서처럼 "강수지!"라고 한번 질러줄 때도 된 거 같습니다.
유난히 이번 회에서 수지의 소녀같은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앞서 고드름을 사탕이었으면 좋겠다고 핥아대는 장면도 그랬고 눈식빵을 만드는 장면도 그랬습니다. 이상형 이야기를 하면서 길쭉한 나무 의자에 쌓인 눈을 부채로 톡톡 끊더니 테이블 위에 눈식빵이라며 올립니다. 이상형 이야기가 끝나고 수지가 국진에게 "오빠 이거 봐봐요. 식빠앙 테이블이에요."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정말 예술입니다. 작가도 웃긴지 막 웃네요. 국진이 얼마냐고 하니 수지는 돈으로는 안 된답니다. 그럼 뭐로 되냐고 물으니 수지는 너무 큰 거라서 말로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엄청 큰 거는 순천에서 이미 한번 말했는데 그거 말고 또 뭐가 있을까요? 완선은 키스라고 하는데ㅋ. 빵이 한 20개 되니 키스까진 아니더라도 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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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눈식빵을 퍼담기 시작하는 국진. 수지 언니라는 선영의 말에 국진은 눈식빵을 복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성국에게 횡설수설하기 시작하죠.
점심 식사 시간에 수지와 국진은 완선과 광규를 이러주려는 여유까지 보여주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완선의 러브메이킹의 대상이었던 두 사람이 이제는 완선의 러브메이커를 자처하니 세옹지마가 따로 없습니다. 국진 옆에 자리가 없어 따로 앉았던 수지가 광규와 자리를 바꿔 앉으며 "우리는 오랫동안 같이 있어 봤어요."라는 말, 참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불청 내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만큼 자연스러워지고 타출연자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눈밭에 놀러 가기 전, 목도리를 둘러주는 수지의 모습을 볼 때도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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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 수지는 정말 간만에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광규와의 첫 만남에서 그랬고, 선영과 국진이 닮았다는 말에 반응할 때도 그랬고, 선영의 이상형 대화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주도적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이끌었습니다. 그 이유를 나름 생각해 보니 아마도 편한 사람들과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눈식빵을 만들 때 수지와 같이 있었던 사람은 국진과 완선, 선영 세 사람 뿐이었습니다. 이날은 불청 1주년인데다 유난히 눈도 많이 왔던 탓에 분위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 편한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니 마음껏 놀고 즐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선과 영월에선 새 친구도 많이 등장하고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 등 변수가 참 많았던 회였던 것 같습니다. 진안 편은 추운 날씨에 어느 정도 적응도 되고 이제는 수지의 진성 지지자라고 해도 될만한 완선과 누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광규의 등장, 역시 그동안 수지와 잘 맞는 모습을 보여준 선경과 선영 등 최상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국은 보기보다 낯가림이 좀 있는 거 같고 스스럼없이 막 아무나 하고 어울리는 성격은 아닌 듯했습니다. 눈밭에서 적응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어울리지 않자 국진이 나서서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이죠. 이런 부분을 국진이 참 잘 캐치하고 잘 풀어냅니다. 겉도는 출연자가 보이면 항상 자신이 나서서 챙깁니다. 도균의 경우도 그랬고 삼척에서의 완선도 그랬죠. 물론 백 퍼센트 다는 아닙니다. 일회성 출연자나 적응을 시켜도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선경과 일우가 도착해서 왁자지껄한 사이에 국진이 성국을 데려와 선경과 인사시키는 장면도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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