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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답사/경북

포항 내연산 12폭포 청하골(보경사 계곡) 트레킹

by 취생몽死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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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보경사 계곡이라고 알려진 내연산 12폭포가 있는 골짜기의 이름은 청하골이다. 그래서 이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청하라는 지명이 쉽게 눈에 띈다. 14km에 달하는 청하골 계곡이 만들어내는 내연산 12폭포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경치가 너무도 빼어나 일찍이 겸제 정선은 '내연삼용추도'라는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내연산 보경사와 청하골의 경치
내연산 선일대에서 바라본 폭포와 기암괴석의 절경

 

내연산 12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보경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보경사는 입장료 때문에 말이 많은 절 가운데 하나이다. 성인 3,500원, 청소년 2,000원의 입장료는 온전한 사찰 입장료로 보기에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대신 비싼 입장료는 청하골이 청정함을 유지하는 데 꽤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주차료는 무료이다.

보경사 입장료와 무인발권기

 

아침 일찍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가 한 대도 없다. 포항 시내에서 보경사까지는 30k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주차장에서 보경사 입구까지는 상가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지만, 호객 행위가 있지는 않다. 매표소 옆을 보니 예전에는 없었던 무인 발권기 하나가 설치되어 있다. 이제 입장권 끊는데 카드도 된다.

보경사 주차장과 상가
보경사 가는 길에 만나는 커다란 느티나무

 

보경사 경내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소나무 숲이 반기지만 숲은 크기는 정말 조촐한 수준이다. 계곡으로 가기 전, 잠시 보경사를 둘러보기로 한다. 천왕문 뒤로 액자식으로 보이는 오층석탑과 적광전의 모습이 보경사 뷰의 하이라이트라는 생각이 든다.

가까워지는 보경사 일주문
보경사의 소나무
보경사 천왕문
천왕문 뒤로 보이는 삼층석탑과 적광전

 

보경사 오층석탑과 보경사 적광전은 각각 경상북도 유형문화재와 보물이다. 보경사에 있는 문화재는 이 석탑과 적광전, 원진국사비 단 세 점이 전부다. 그래서 보경사를 둘러보는 데는 그리 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보경사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보경사 삼층석탑

 

보경사 원진국사비와 적광전

 

내연산의 겉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육산의 모습이지만 계곡 안으로 들어서면 내연산은 180도 달라진다.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각종 기암괴석과 폭포는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한 산세를 만들어낸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곳에서는 국립공원보다 더 아름다운 곳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내연산도 그런 곳이다.

평범해보이는 내연산의 겉모습

 

내연산 12폭포의 각각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상생폭포,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풍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 은폭포, 복호1폭포, 복호2폭포, 실폭포, 시명폭포. 이 12폭포를 모두 답사하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두 개의 전망대인 소금강 전망대(학소대)와 선일대까지 더하면 꼬박 하루를 산에서 지내야 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폭포를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보통 연산폭포까지 구경하고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경사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초입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경치는 청하골의 흔한 풍경이다.

 

제일 먼저 만나는 폭포는 상생폭포이다. 상생폭포는 보경사에서 아주 가까워 전혀 힘들이지 않고 도착할 수 있다. 굳이 폭포가 아니더라도 계곡의 경관이 너무 멋지지만 현재 물이 많이 없다. 포항의 가뭄이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상생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매우 시원하다. 바위를 사이에 두고 떨어지는 두 개의 물줄기도 정말 독특하게 생겼다. 12폭포 가운데 상생폭포와 관음폭포, 연산폭포, 은폭포는 특히 멋진 폭포이다. 폭포 아래의 소는 너무도 시커매서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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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1폭포인 상생폭포
상생폭포와 시커먼 소
상생폭포의 멋진 자태

 

다음 폭포로 가는 동안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기암과 절벽이 계속되고 멀리 선일대도 보인다. 그렇게 걷다 보면 수줍게 옆모습만 살짝 비쳐주는 보현폭포를 만나게 된다. 보현폭포는 위치 상 바위에 가려서 전체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보현폭포 다음 폭포는 삼보폭포이다. 물길이 세 갈래여서 삼보폭포라고 하는데 역시나 등로 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자세히 볼 수 있다. 다만 내려갈 때 주의를 요하고, 삼보폭포는 12폭포 가운데 폭포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가장 볼품없다.

청하골 계곡에서 본 선일대
내연산 2폭포인 보현폭포 주변 경치
바위에 가려져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보현폭포
삼보폭포의 모습
삼보폭포는 12폭포 가운데 가장 작다.

 

4폭포 가기 전 갈림길에서 소금강 전망대에 먼저 가기로 한다. 보현암 방향으로 가면 된다. 참고로 소금강 전망대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8폭포인 은폭포로 바로 이어진다. 소금강 전망대에서 은폭포에 먼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4 ~ 7폭포를 구경해도 되고 순서대로 보기를 원한다면 전망대에서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다.

보현암

 

가는 길에 조금씩 속이 안 좋아지더니 급똥이 마려워온다. 보경사 계곡은 계곡 내에 화장실이 없다. 계곡 내 가장 아래에 있는 화장실은 보현암 푸세식 화장실이다. 보현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신기하게도 더러운 수세식 화장실보다 냄새가 덜 나는 것 같다. 단지 파리와 모기가 좀 있을 뿐. 급한 일을 끝내고 다시 산행 시작, 보현암에서 소금강 전망대까지는 15~20분 정도 걸린다.

전망대 가는 길에 만난 작은 폭포

 

소금강 전망대에서는 연산폭포와 무풍폭포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이고, 건너 쪽 절벽인 선일대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원래 청하골 전망대는 선일대가 유일했지만 소금강 전망대가 새로 지어지면서 최고의 절경을 두 전망대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소금강 전망대까지 가는 데는 꽤 힘이 많이 든다. 결론적으로 두 개의 전망대에 다녀오면서 너무 체력을 뺀 탓에 폭포 트레킹이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힘든 만큼 소금강 전망대에서의 경치는 정말 환상적이다.

내연산 소금강 전망대
소금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잠룡폭포. 무풍폭포는 숲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소금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연산폭포
전망대에서 본 선일대 전망대
기암괴석의 선일대
아름다운 선일대의 모습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산폭포에서 잠룡폭포까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소금강 전망대에서의 절경

 

소금강 전망대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잠룡폭포로 향한다. 4폭포인 잠룡폭포부터 7폭포인 연산폭포까지는 연달아 이어지기 때문에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다. '잠룡'은 승천하지 못한 용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고, 12폭포 가운데 등산로 상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폭포이다. 폭포의 규모는 크고 멋지나 잘 보이지 않는 게 문제이다. 잠룡폭포 바로 뒤에 무풍폭포가 이어지고, 무풍폭포는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떨어지는 낮은 폭포이다.

잠룡폭포
무풍폭포

 

무풍폭포에서 몇 걸음 옮기면 커다란 기암절벽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인다. 다리를 건너가다 보면 기묘하게 생긴 바위굴 세 개와 그 앞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보이는데, 바로 관음폭포와 관음굴이다. 절벽의 이름은 비하대이다. 그리고 위로는 연산폭포로 가는 구름다리가 지난다. 이 비하대와 관음폭포, 관음굴이 서로 어우러진 이 근방은 12폭포 가운데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이다.

관음폭포의 전경
관음폭포와 관음굴
관음폭포와 비하대

 

이제 다리를 건너 연산폭포로 간다. 연산폭포는 12폭포 가운데 가장 큰 폭포인 만큼 소리와 크기가 압도적이다. 연산폭포의 검은 소는 깊이를 알 수 없어 무섭게 느껴진다. 내연산 12폭포의 소는 대부분 이렇게 검은색을 띠는데 참나무 낙엽의 타닌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내연산 12폭포는 익사 사고가 워낙 잦았던 지역이라 전면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 내가 아는 분도 대학 시절 MT를 이곳으로 왔다가 학생 한 명이 연산폭포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더 무서운 건 어두운 물색과 물보라 때문에 잠수부가 들어갔는데도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관음폭포를 등지고 바라본 계곡 풍경
연산폭포로 가는 출렁다리
연산폭포
연산폭포의 검은 소
연산폭포 바위에 새겨진 명문
연산폭포와 검은 소

 

연산폭포에 이은 등산로는 선일대를 향해 이어진다. 산행만을 위한 것이라면 선일대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되지만, 나는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어 굳이 선일대까지 올라갔다가 산행을 이어갔다. 역시나 선일대까지 올라가는 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힘든 만큼 보상은 확실하다. 여기서는 반대로 소금강 전망대가 있는 학소대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선일대에서는 소금강 전망대에서 보이지 않았던 관음폭포가 확실히 내려다보인다.

선일대에서 바라본 학소대
소금강 전망대가 보인다.
선일대에서 바라본 비하대
선일대에서는 관음폭포가 잘 관찰된다.

 

선일대에서 내려와 은폭포로 향하는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서 걷다 보면 반대쪽으로 건너야 하는 구간이 나온다. 원래는 신발을 벗고 건너는 게 보통이지만, 현재는 계곡물이 많이 줄어들어 신발 신고도 충분히 건널 정도이다. 우렁찬 폭포 소리가 들리고 멀리 은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폭포 역시 관음폭포나 연산폭포 못지않게 멋진 폭포다. 조금 더 걷더라도 은폭포까지는 한 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원래 은폭포는 여성의 음부와 닮았다 하여 음폭포라 했는데, 상스럽다 하여 은폭포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폭포의 모양이 정말 기묘하게 생기기는 했다. 여기서 몸을 담그고 한참을 쉬었다가 가는데, 물이 너무너무 시원했다.

청하골의 아름다운 경치
계곡을 건너는 구간
멀리 은폭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은폭포의 멋진 자태
은폭포의 소 역시 검다

 

은폭포부터는 폭포가 드문드문 이어진다. 은폭포 위로 위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을 지나 다리를 건넌다. 다리 위에서 보는 계곡의 경치가 멋지다. 멋진 계곡은 계속 이어지는데, 중간에 등로를 잃어버렸다. 도무지 길을 찾을 수 없어 그냥 계곡치기를 한다. 역시나 계곡치기는 체력 소모가 심하다. 얼마나 갔을까, 폭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하얀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내려온다. 낙수차가 크지 않은 폭포이다. 바위를 타고 위로 올라갔더니 물줄기가 두 개인 폭포 하나가 더 있다. 이정목이 가르키기로는 두 번째 폭포를 복호1폭포라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둘 다 합쳐서 복호1폭포인 거 같다. 여기서 또 한참을 쉬다가 계곡치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고개를 돌리니 위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 보인다. 이런 젠장, 보이지 않았을 뿐 가깝게 계속 등로가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은폭포를 지나 만나게 되는 다리
다리에서 바라본 계곡의 경치
다리에서 본 계곡 경치
내연산 청하골의 멋진 경치
복호1폭포의 시작
이정목이 가리키는 복호1폭포보다 이게 더 크다
이정목이 가리키는 복호1폭포
복호1폭포

 

이제는 편하게 등로를 따라 올라간다. 여기부터는 계곡과의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고, 계곡의 깊이도 상당하다. 가다 보니 전망대 하나가 나오고 복호2폭포가 조망된다. 복호2폭포로는 내려가기가 어려워 보인다.

복호2폭포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복호2폭포

 

복호2폭포를 지나 11폭포인 실폭포로 향한다. 점점 체력이 달려온다. 아마도 2개의 전망대를 올랐다 내려온 게 데미지가 너무 큰 듯하다. 그리고 실폭포 끝까지 올라가는 데도 꽤 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실폭포는 이름 그대로 물이 실처럼 떨어진다 하여 실폭포이다. 그런데 끝 지점까지 올라가는 동안 크고 작은 폭포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실폭포 역시 매우 멋지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대로 단순히 오줌 줄기 하나가 졸졸 내려오는 폭포는 아니다.

실폭포 가는 길 중간에서
실폭포 중단
실폭포 최상단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마지막 폭포인 시명폭포를 찾아야 하는데 길을 못 찾겠다. 시간도 너무 많이 지체되었고, 체력도 많이 방전되고, 물도 거의 바닥이다. 지도 상으로는 복호2폭포에서 실폭포 갈림길까지 거리 정도 되는데 계곡치기를 하려니 정말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계곡 아래로 내려와서 조금 거슬러 올라가 봤는데, 양쪽이 암반으로 둘러싸인 신비한 곳이 나온다.

실폭포 갈림길에서 계곡으로 내려가서
시명폭포는 이걸로 대신하자
신비한 계곡 풍경

 

그리고 시명폭포는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여기서 그만 발걸음을 되돌린다. 다음에는 전망대는 모두 패스하고 시명폭포로 다이렉트로 이동하면 그리 힘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날의 트레킹은 산 정상에 오른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산행이다. 보경사로 다시 돌아오니 몸을 제대로 못 가눌 정도로 녹초가 되어 버렸다. 보경사 내에 있는 매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정신을 차리니, 이번에는 발바닥이 가려워 온다. 고된 산행을 하고 나서 발바닥이 가려운 이유는 뭘까? 가을 경치도 매우 좋은 곳이니 시명폭포는 가을에 가서 찾아볼까 보다.

보경사 적광전과 대웅전
보경사 대웅전 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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