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회룡포에 갔다가 다음 답사지로 가장 먼저 선택한 곳은 용문면 원류마을 앞을 굽이쳐 흐르는 계류 옆에 지어진 정자, 초간정입니다. 예천 초간정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475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정자 건물로 주변 경치가 특히 빼어납니다. 소백산과 월악산의 지맥인 용문산에서 발원한 계곡물은 작은 시골 마을을 가로지르며 기대치 않았던 경관을 만들어내고 이내 답사객의 마음을 빼앗아버립니다. 정말 회룡포에 견주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외부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아 찾는 이가 극히 드문 곳입니다.
초간정은 조선 중기 학자 초간 권문해에 의해 1582년(선조 15)에 최초로 지어졌습다. 이후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1612년(광해군 4)에 중수하지만 병자호란으로 다시 불탑니다. 현재의 건물은 1739년(영조 15년)에 원래의 터에서 약간 서쪽으로 옮겨서 지은 것이며, 암반 위에 돌을 쌓아 만든 축대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세워진 겹처마 팔작지붕 양식입니다.
초간정에 도착하면 넓다란 주차장이 먼저 답사객을 반겨줍니다. 찾는 이에 비해 주차 시설이 굉장히 넓지만 차량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직 농기구 한 대만 주차되어 있습니다. 주변은 모두 논과 밭뿐인 시골마을이며 주차장 옆에는 원류보건소가 있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와 파란 하늘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줍니다. 보건소를 지나 길을 따라 초간정으로 가다보니 마을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네요.
소나무 사이로 초간정 건물이 보이고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다리 위에 올라서니 세상에! 시골의 맑은 개울물이 콸콸 흘러내려오고 있습니다. 너무 기대도 하지 않았던 탓에 계곡 주변의 경치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이런 시골마을에 이런 뷰가 나올 수 있을까라며 연신 속으로 되냅니다. 소나무 사이로 초간정의 모습도 살짝 보입니다.
개울을 지나서 얼마 가지 않아 초간정 정문에 닿습니다. 초간정 문은 닫혀 있었고 옆에 한옥 체험 주택 같은 것이 열려 있었지만 들어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초간정 앞에 있는 문화재자료 제143호라고 적힌 표석으로 봐서 아마 최근에 유형문화재로 승격된 것으로 보입니다. 초간정 뒤로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가봤습니다. 계곡 한쪽은 낮은 암벽이 형성되어 있고 초간정은 암반을 다진 뒤 축대를 쌓고 건물을 세운 흔적이 보입니다. 하지만 역광이라 계곡 쪽에서 초간정을 제대로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반대쪽에는 흔들다리가 보였습니다. 흔들다리는 찾는 이가 별로 없어 관리가 제대로 안된 탓인지 멀리서 보니 간혹 모험 영화에서 보는 밀림의 낡은 다리 같습니다. 다리 쪽으로 가까이 가보았더니 역시나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은 모습이 역력합니다. 안전상의 문제가 있지는 않아 보였고 단지 곳곳에 페인트가 많이 벗겨지고 전체적으로 청소가 안되어 먼지가 많이 쌓여있습니다.
다리 위에서 보는 초간정 옆을 흐르는 계곡이 주변 수풀과 어우러져 매우 멋집니다. 흔들다리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와 초간정 앞으로 향했습니다. 계곡의 암석 위에 지어지 초간정의 모습이 정말 멋드러집니다. 인근의 가까운 용문사와 함께 정말 예천의 숨겨진 명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앞으로 가게 될 선몽대보다 초간정이 더 좋아보입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선몽대는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이 초간정보다는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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