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잃어버린 수지님이 재밌었던 건 그 상황에서 계속 애교를 발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지는 계속 국진 주위를 맴돌거나 졸졸 따라다니며 신발의 행방을 묻습니다.
"오빠가 숨겼어요?", "누가 숨겼는지 봤어요?", "오빠가 신었어요?", "제 신발 찾아줘요.", "오빠가 나 하늘에 못 가게 숨겼어요?(무주 선녀 버전)", "완선이 거도 숨겼어요?", "내걸 찾아달라고요, 오빠." 등등.
그 와중에 "오빠가 숨겼어요?"는 한 네다섯 번 한 거 같습니다. 수지는 국진을 보며 말할 때는 특유의 톤으로 "오빠가 ....했어요?"같이 애교를 담아 말합니다. 심지어 범인이 국진이라고 확신한 다음에도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니?"라는 국진의 말에 애교스러운 "오빠요~"라고 대답함으로써 누명 쓴 입장에서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반면 효범 쪽을 보면서 말할 때는 방금 말한 수지는 없어지고 그냥 보통 수지가 말합니다. 이렇게 저는 애교수지와 일반수지가 한자리에서 번갈아 가며 고개만 돌리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투 페이스' 혹은 '야누스' 혹은 '아수라 백작'같이 말이죠.
국진은 언뜻언뜻 비치는 옅은 웃음과 시선을 회피하는 것으로 봐서 수지의 신발이 어딨는지는 몰라도 누가 숨긴지는 아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국진이 범인을 밝혀주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불청의 재미를 위해서 모른 척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발을 숨긴 사람이 정찬임을 밝혀버리면 수지의 신발은 빨리 찾아졌겠지만 이 분량은 길게 나오지도 않았겠고 퇴근도 늦어졌을지 모르고 덩달아 수지님의 달콤한 애교성 멘트도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수지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촉은 틀렸지만(범인이 국진이라는) 국진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감지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계속 국진을 졸졸 따라다녔던 것이죠.
그러는 와중에 효범과 정찬이 계속 국진을 범인으로 몰아가지만 수지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좀처럼 믿지 않습니다. 결국 정찬의 만우절 드립에 끝내 속기는 하지만 말이죠. 수지는 국진에의 믿음을 끝까지 지키지는 못합니다만 수지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저에는 연인들이 나누고자 하는 종류의 즐거움이 깔려 있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빠의 장난에 속았지만, '오빠가 장난친 것이어도 좋다.' 혹은 좀 더 과장해서 '오빠가 장난친 거라서 좋다.'라는 생각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입니다. 살랑살랑 웃으며 "오빠요~"라고 하는 애교스런 대답이 바로 그 증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랜만에 수지님 찬양 한번 하죠.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수지님의 예능적 센스는 불청 내 다른 여자 출연자가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남다릅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에서 빗나가더라도 감각적인 상황 판단으로 다시 본 궤도로 올리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번 몰래카메라에서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몰래카메라는 완선이 연기를 너무 못 해서 흐지부지 흘러갈 뻔했는데 수지가 광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서 속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원래는 수지와 완선이 다투는 콘셉트로 현장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으나 완선이 자꾸 웃는 바람에 싸움이 만들어지지가 않았죠. 그래서 수지는 광규를 계속 다그치는 쪽으로 갑니다. 슬금슬금 피하는 남자들에게 끝내 계란을 먹이고 완선 대신 광규에게 묻습니다. 완선에게 "너 왜 이렇게 고집부려?"가 아니라 광규에게 "완선이는 왜 이렇게 고집부려요 광규 씨?"라고 묻는 거죠. 몰카는 성공하지만 결국은 마지막에 성국이 말한 대로 수지는 성격 안 좋은 사람으로 누명을 쓰게 됩니다 ㅎㅎ.
수지가 신발 범인을 찾으면서 국진 편을 들 당시 요상한 언어유희로 효범의 속을 계속 뒤집습니다. 수지는 말의 일관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방이 반박할 수 없는 희한한 화법으로 국진 편을 계속 듭니다. 그런 국진을 편 드는 수지의 모습을 처음 보는 정찬은(구례 이후 두 번째 출연이지만 구례에서는 밀젠코에 가려 파악이 덜 됨) 흥미롭게 박장대소합니다.
처음에 효범이 국진을 의심하자 수지는 '(10년 동안) 국진 오빠는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반박합니다. 효범은 국진이 정직한 사람인 건 자기도 알지만 왠지 국진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섞여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수지는 "원래 장난꾸러기야."라고 가볍게 받아치죠. 순식간에 진지한 사람에서 장난꾸러기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곧이어 효범의 음성이 들립니다. "아 진짜, 이 씨~."
본인이 무엇을 주장하건 상대방이 주는 말을 그대로 받아 다시 넘겨주는 수지의 요상한 메아리 화법에 효범이 말려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곧이어 "오빠가 숨겼어요?", "수지야 너 나 몰라?", "알아요. 으흐흐흐.", "아 1년 동안 내가 왜 몰라 다 알아요." 등의 자기들만의 달달한 만담 개그를 펼친 후에 수지는 광규와 성국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효범은 계속 국진을 의심하고 수지가 "오빠는 숨기고 그런 거 안 해."라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이자 정찬이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라는 멘트로 수지를 헷갈리게 만듭니다. 그러나 수지는 표정 변화 없이 "오빠는 알기가 쉬워."라는 단순 명료한 언어유희로 정찬의 말을 다시 토스해서 보내버립니다. 곧이어 효범의 음성이 또 들립니다. "아 짜증나 진짜."
계속해서 수지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는 효범의 노력에도 방송이긴 하지만 제 눈에는 수지가 '난 무조건 오빠 편'하고 반응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아니 아예 자리를 국진 옆에 서서 떠나질 않죠. 물론 수지는 최종 범인을 국진으로 지목하지만 정찬의 만우절 발언 때문이었고 그건 아까도 말했듯이 국진을 의심해서가 아닌 국진의 재밌는 장난으로 받아들여서인 것이었습니다. 수지 완선의 몰래카메라는 이 오해를 모티브로 한 장난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다음 주, 영천에서 펼쳐지는 김혜선 님의 마지막 여행도 기다려집니다. 부케를 낚아채는 국진님,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수지님이 좋아라하네요. 근데 새 친구 이연수 님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누군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단아해 보이는 외모로 불청과 잘 어울릴 거 같습니다.
ps. 수지님의 광규님을 향한 무언의 압력 혹은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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