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대표하는 먹거리라고 한다면 황남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내가 어릴 때도 황남빵은 있었으나 지금만큼 전국구 음식은 아니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렇게 황남빵은 시간이 흐르면서 경주에서의 위상이 조금씩 커져만 갔다.
나무위키에 황남빵에 대해서 찾아보면 그 역사가 참으로 복잡하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대 장인 최영화가 작고하면서 이미 황남빵이라는 이름의 영업장을 가지고 있던 최영화의 수제자 이상복에게 불똥이 튄다. 최영화의 둘째 아들이 황남빵을 상표 등록하면서 이상복은 더 이상 황남빵이라는 간판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후 이상복의 황남빵은 지금의 경주빵이 되었다. 경주에 가면 여기저기 모두 경주빵 가게가 있지만 이상복의 경주빵과는 퀄리티 차이가 있다고 한다. 황남빵 본점으로 알려진 지금의 대릉원 앞에 있는 큰 건물은 바로 둘째 아들네의 가게이다. 그리고 황남빵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최영화빵은 첫째 아들로부터 이어져온 곳이다. 설에 의하면 최영화는 작고하기 전 첫째 며느리에게 황남빵 기술을 전수했다고 한다. 그래서 굳이 황남빵의 원조를 따진다면 최영화빵이 원조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튼 이렇게 황남빵, 최영화빵, 이상복 경주빵은 하나에 뿌리를 두고 갈라진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서론은 이 정도로 끝내고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서 황남빵과 최영화빵의 맛 비교를 해보자. 인터넷을 찾아보면 두 빵의 맛을 비교한 글들이 많은데 대부분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는 글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가 먹어본 바로는 황남빵의 압승이다. 두 빵을 놓고 어느 것을 살까 고민한다? 만약 본인의 입맛이 대중적이고 보편적이라면 닥치고 황남빵으로 가시라 말하고 싶다. 그게 아니고 입맛이 까다롭던가 뭔가 특별한 데가 있다면 둘 다 맛보고 결정하기를 추천한다. 그만큼 두 빵은 모양은 비슷할지언정 맛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내가 황남빵을 처음 먹었을 때의 느낌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9점이 넘을 정도로 완전 감동이었다. 황남빵은 최영화빵보다 반죽이 더 얇고 부드러우며 촉촉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입 베어 물면 밀가루의 맛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나고 팥의 풍미가 온 입 안에 가득 퍼진다. 그리고 황남빵의 팥소가 조금 더 달지만 단지 최영화빵보다 단 것뿐이지 비슷한 만쥬 계열의 과자에 비하면 달지 않은 편이다. 그에 비해 최영화빵은 반죽이 황남빵보다 두꺼워 밀가루 빵을 씹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최영화빵이 그렇게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워낙 황남빵이 고퀄이다 보니 황남빵을 먼저 맛본 사람이라면 최영화빵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상복 경주빵은 먹어보질 않아 잘 모르겠다. 궁금하기는 한데 나는 그냥 이제부터 황남빵만 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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